15일 일산동구청 앞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철회 6차 집회가 열렸다.
15일 일산동구청 앞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철회 6차 집회가 열렸다.

[미디어고양파주] “한 국가의 도시를 기획하는 것은 100년을 바라보고 신중히 추진해야 할 대업입니다. 그런데 원칙도 기준도 없는 비전문적이고 반국민적인 졸속 행정으로 인해 일산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와 생존권의 박탈을 당하며 절규 속에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면 자유로는 주차장화된 지 오래고 콩나물시루 같은 3호선과 경의선은 포화상태에 놓였습니다. 일산 동서구는 상습적으로 정체되는 구간이 나날이 늘어나고 백마와 덕이동까지 잇는 지하차도는 거북이들의 행렬이 되었으며 풍동, 식사동, 중산동, 탄현동은 섬마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고양시는 교통체증에 대한 해결은 전혀 없이 3기 신도시라는 핵미사일을 일산주민을 향해 기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15일 열린 3기 신도시 철회 6차 집회에서  ‘정발고사모’라고 밝힌  여성이 연단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15일 열린 3기 신도시 철회 6차 집회에서 ‘정발고사모’라고 밝힌 여성이 연단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15일 일산동구청 앞에서 열린 일산신도시 철회를 요구하는 6차 집회에서는 3기 신도시를 ‘핵미사일’에 비유하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수 천 명이 참가자들은 ‘정발고사모’라고 밝힌 이 여성이 연단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이렇게 말하자 연신 ‘투쟁’과 ‘철회’와 ‘사퇴’를 외쳤다.      

“20년 전 홍대 입구에 있는 주택을 팔고 일산으로 이사한 친정 덕분에 5년 전부터 저도 일산 살고 있고 있습니다. 2억2000만원에 판 홍대주택 가격이 지금 20억원이 넘어가고 일산의 주택은 2억1000만원에서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엄마는 홍대집을 팔고 일산 집을 산 것을 돌아가시기 전까지 내내 저에게 미안해했습니다. 그래도 일산에 사는 동안 엄마가 행복해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됐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일산에서 강남으로 하루 4시간 출퇴근하면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교통편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일산이 좋았습니다. 제가 가진 집은 제가 가진 모든 것이자 노후 대책입니다. 이 집을 담보로 저는 주택연금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자산으로 주택 하나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집값이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것이 투기입니까?” 

"제가 가진 집은 제가 가진 모든 것이자 노후 대책"이라며 "집값 하락 걱정이 왜 투기냐?"고 말하는 여성 참가자.
"제가 가진 집은 제가 가진 모든 것이자 노후 대책"이라며 "집값 하락 걱정이 왜 투기냐?"고 말하는 여성 참가자.

연단에 선 또 다른 여성이 이렇게 말하자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지지를 표하는 함성을 다시 터뜨렸다. 쉬어야 마땅한 오후 토요일 저녁, 이런 불만의 목소리라도 듣고 또 불만을 표현하면서 서로 동질감을 확인해야만 일주일이 정리된다는 듯이 일산주민들은 매주 주말이면 모였다. 이날 집회 시작 전 잠깐 비가 쏟아질 듯해서 어수선한 상황에서 집회가 시작됐지만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점점 불어났다. 주최측이 1만명 이상으로 추산한 3차 집회에 버금가는 많은 참가자들이 이날도 참여했다. 14일부터 일산 지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신도시 반대 영상이 담긴 스크린차도 이날은 2대나 등장했고, ‘이재준은 물러가라 울라울라~’라는 가사가 담긴, 주최측이 만든 노래도 울려퍼졌다. 뮤지컬 가수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연단에 올라가 가창력을 뽐내기도 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히 집회 주최측은 이날 고양시장, 국회의원, 고양시의 33명 시의원 이름이 적힌 각자의 의자를 집회 한 모퉁이에 마련해두었다. 3기 신도시 반대여론에 시의원 중 누가 관심을 가지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예상했던 대로 정연우‧손동숙‧김완규‧심홍순‧이홍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만 의자에 앉아있었다. 파주시의회 한국당 소속의 최창호 시의원도 의자에 있었다. 자리에 없는 시의원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참가자들은 ‘아웃’을 외쳤다.  

그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정치인들이 연단에 서거나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던 1~5차 집회 때와는 달리 이날은 시의원들의 발언 순서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홍규 시의원은 “자리하지 않은 시의원의 이름이 불리고 ‘아웃’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 저 ‘아웃’이라는 외침이 잘못하면 우리에게도 향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 이 많은 시민들이 3기 신도시를 반대하고 분노하는데, 이 반대와 분노에 반응하지 않는 이재준 시장이 너무나 야속하다. 누가 더 시민들의 외침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 주최측은 참가자들에게 3가지를 당부했다. 향후 여름 장마와 무더위가 있더라도 집회의 지속적인 참가, 각 동마다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현수막 부착, 각 동 대표회의에 3기 신도시 반대를 의제로 추가해 반대여론을 확산시킬 것 등이었다. 이날 6차 집회에서도 어김없이 일산동구청에서 김현미 지역구 사무실까지 가두행진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사퇴하라’를 외치며 걷다가 ‘GTX 6.30 첫삽! 23년 완공!’이라는 현수막을 발견하자 ’떼어내라’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6시30분 시작한 집회는 9시 20분경이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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