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5월 마지막 주 3일간은 비가 오는 흐린 날씨가 계속됐다. 보라와 나는 어딜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만 꼬박 3일을 보냈다. 다행히 보라는 짜증내지 않고 잘 놀아줘서 집에만 갇혀 있어야 했던 3일 어렵지 않게 보냈다.
5월 30일 오전에는 미용실 제이미원장님이 출근길에 부엉이가 달려있는 모빌과 깔개, 턱받이, 손싸개, 발싸개 등을 가져다 주셨다. 힐다 회계사는 사위에게 장난감을 챙겨주신다고 본인의 집으로 방문하라고 해서 나는 회계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김밥도시락을 싸서 퇴근한 사위 편에 보내드렸다. 사위가 비가 오는 밤에 받아온 것들은 보라가 앞으로 사용하게 될 이유식 용기와 보행기, 많은 장난감 등이었다. 두 분 다 아이를 하나만 낳을 계획이기에 그 친구들의 장난감이 모두 보라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이 또한 보라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보라가 사용하던 장난감들이 조금은 지루해 질만 했는데 이렇듯 신상품들이 생겨 보라는 호기심에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유식 용기를 보면서 앞으로 이유식을 잘 만들어 먹일 생각에 설랬다. 이제 슬슬 이유식을 어찌 만들어 먹일지 인터넷을 통해 공부해야겠다.
5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날씨가 매우 화창했다. 새벽에 일어나 딸에게 유부초밥과 주먹밥을 도시락으로 챙겨 보내면서 점심시간에 브라이언파크에서 함께 식사하기로 했다. 딸을 보내고 서둘러 기저귀가방에 필요한 것을 챙기고서 보라의 옷을 입혔다.
10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브라이언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장터를 구경했다. 동전을 펴서 만든 악세서리, 각 나라의 오래된 우표를 넣어 만든 목걸이, 수제 땅콩버터, 잼, 비누, 크림 등 여러 가지 소품부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난 기념으로 Central African Republic의 1961년 발행한 우표로 만든 나비그림의 목걸이를 구입했다.
점심시간에 딸이 도시락을 챙겨 나왔다. 벤치에 앉아 유부초밥과 주먹밥으로 점심을 간단히 먹고, 딸이 보라를 데리고 일하고 있겠다면서 3시간동안 산책이라도 하고 오라고 자유 시간을 줬다. 나는 5Av~7Av와 48St~51St에 있는 록펠러센터 앞부터 한 바퀴 돌아보면서 LEGO상점도 들어가 구경했다. 그리고 나와서 센트럴파크로 걸어가 산책을 시작했다. 관광객을 위한 마차도 다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 걷거나 뛰는 사람, 푸른 잔디와 커다란 바위 위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작년처럼 호수까지는 돌지 못하고 나왔다.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맨하탄 한복판을 오랜만에 혼자 오롯이 산책하면서 지낸 시간이 좋았다.
혼자 3시간여의 산책을 하면서도 보라가 딸 옆에서 귀찮게나 하고 있지 않나 걱정하며 퇴근 전에 갔더니 딸 책상 옆 수유의자에 누워 잘 놀고 있었다. 회사사람들도 오늘 아기가 이곳에 있을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나를 보자 한참을 옹알이하는 것이 엄마와 함께 있었던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이제 6월이다. 이달만 가면 또 반년이 지나간다. 시간은 정말 나이의 시속대로 간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특히나 올해는 보라와 보내는 시간이 정말 음속을 지나가는 듯 느껴진다.
6월 1일 오전에는 팰팍경찰서 앞에서 모여 6월 4일 실시되는 시의원선거 투표참여를 위한 캠페인 진행을 위해 참석했다. 캠페인은 시의원 후보자들과 지지자들이 모두 모여 피켓만 들고 조용히 동네 한 바퀴를 도는 행사였다. 이곳은 우리처럼 확성기에 로고송에 그런 것 없이 조용히 거리를 행진하는 것도 이번이 이곳 선거에서 처음 진행하는 행사라고 했다. 우리 보라도 유모차에 누워 함께 행진하고서 돌아와 6월 1일 110일째가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엊그제 받은 의자에 앉혀 사진을 찍었다.
일요일에는 뉴저지 엘리자베스 아울렛 매장으로 쇼핑을 나갔다. 온갖 브랜드 매장들로 가득한 쇼핑몰의 크기가 엄청 났다. 이곳저곳 쇼핑하면서 보라의 햇빛가리개 모자와 원피스도 하나 구입했다. 딸과 나도 원피스도 하나씩 사 입었다. 옷, 신발, 가방 등 다양한 상품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아울렛 매장이라서 가격이 정말 착했다. 일요일은 이렇게 시원하고 커다란 쇼핑몰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나와 헤스브룩 헤이츠라는 동네에서 Street Fair축제를 둘러보면서 오후시간을 보냈다.
Street Fair축제는 거리를 막고 밴드들도 나와 노래하고 양쪽 길에는 다양한 물건들과 음식을 팔면서 아이들을 위한 조랑말 타는 곳, 꼬마기차 타는 곳 등 동네 축제장이었다. 안전을 위해 소방차와 소방관들도 한쪽에 배치되어 있었고, 많은 주민들로 북적거리는 곳에서 길거리 음식인 앰빠나와 크레이프를 사서 점심을 먹었다.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와 보라는 오늘도 주말 수영을 즐기며 또 다시 한주를 잘 마무리 했다.
주중에 딸과 사위가 돌아오면 저녁식사 후에 보라를 목욕시키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기에 보라와 함께 놀아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주말이면 최선을 다해 어디라도 데리고 나가려고 애쓰는 둘을 보면서 딸과 사위가 그나마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서 다행이지 싶다. 보라에게도 나중에는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제 다음 주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면서 지내게 될지? 주중에 보라와 보내면서 은근 나도 주말의 계획들이 기다려진다. 이제 그래봐야 9번의 주말을 보내고 나면 또 언제 함께 돌아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주어질지 싶다. 한주 한주가 아쉽고 지나가는 시간들을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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