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나도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미디어고양파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22일부터 3일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한국 주재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3기 신도시(고양 창릉·부천 대장)에 대한 1·2기 신도시 주민의 반발 이슈 등 발등에 떨어진 이슈부터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ITF 는  OECD  내  한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 유럽 44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 비유럽권 15개국 회원국의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대표적 장관급이 참여하는 국제 회의체다. ITF 는 해마다 5월 독일에서 온실가스 감축, 자율주행기술, 국제 교통 네트워크 연결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해왔고  올해는 '지역 통합을 위한 교통 연결성'이 의제다.

한국이 주재하는 국제회의에 장관이 국내 문제로 불참한다는 것은 3기 신도시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웅변해주고 있는 상징성 있는 뉴스다.

지난 5월부터 파주 운정에서 시작되어 고양 주엽과 정발산에서 벌어진 일산•파주•검단 등 엄청난 수의 주민들이 연이어 개최한 3기신도시철회 집회에 일반시민들의 참여가 급속히 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점차 이슈화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8일에는 고양시 킨텍스에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정용기 위원장)에서 국회 상임위의 국토위원들이 대거 참석시켜 긴급 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런 급격한 민심이반과 주민집회에 대해 지난달 23일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3기신도시개발에 따른 1,2기신도시 후속대책을 발표했으나 그 후속대책이란 것이 대부분 교통 관련대책이고 그것도 인천2호선 연장을 제외하고는 기존 발표내용을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봐오던 고양시민들 특히 일산거주민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3기신도시개발계획의 전면 철회다!!!

고양시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인구증가다.

1992년 24만이었던 것이  현재 104만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고양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44%나 증가했다. (이에 반해 분당은 감소했다.) 또한 1985년 1기신도시 발표 때 주택보급율이 69.8%였으나 1991년엔 74.2%, 현재는 104%에 이른다. 2003년 발표된 2기신도시 12개 지역 중 준공된 지역은 2개뿐이고 52%만 준공되었다. 당시 공급계획은 57만7000호였으나 30만호만 준공된 것이다. 현재도 주택보급율은 매우 높다. 미분양 아파트가 3기신도시가 계획한 공급량보다 많다. 오히려 이를 자체 수요화하면 된다. 그래도 한발 더 물러나 3기신도시를 수용한다하더라도 문제는 교통이고 핵심은 광역교통망이다. 아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실현불가능해질 지도 모른다. 그렇다하더라도 교통대책의 핵심은 현재 일산신도시 거주자들의 출근지 분석이다. 그것을 통해 목적지별 교통수요를 체크해서 우선순위를 구분하고 또한 예타에서 완공까지의 기간과 가능여부를 따져 우선순위를 정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3기신도시 개발계획을 경제논리보다 진영논리에 휘둘리는 현 정부가 과연 철회할 수 있을까?

필자는 쉽지 않다고 본다.

통일•안보•외교 분야에 이어 이른바 패스트트랙 3대 핵심인 검•경개혁과 선거제도개혁, 공수처설치 그리고 경제분야에 있어서 탈원전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비정규직의 정규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확대 등은 대통령의 대국민 공약이자 진영에 내건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북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고 경제지표는 동반추락하고 있고 국회는 대치상태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묘책은 없는 걸까?

그러려면 우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개발정책에 있어 전제부터 바꿔야 한다.

"역사적으로 '신도시'는 ‘전원도시의 개념으로 건강한 생활과 산업을 위하여 설계된 도시로서 그 규모는 사회생활의 편익을 완전히 갖출 수 있는 정도로 그 이상 커서는 안 된다. 또한 도시의 범위는 농경지로서 둘러싸이고, 토지 전체가 공유되든가 아니면 커뮤니티를 위하여 위탁된 것(영국의 전원도시 및 도시계획협회)’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신도시는 영국의 하워드(E. Howard)가 제창한 전원도시(Garden City) 이후 20세기 중반 이후에 이르기까지 도시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계획도시를 지칭해 왔다. 따라서 행정도시로 성장한 전 근대도시나 산업도시로 성장한 근대 도시가 정치적, 경제적 동기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것과는 달리, 신도시는 정부의 의도적 개입에 의해 계획적으로 조성된 것을 말한다.(위키백과)"

서울의 주택공급과 서울강남의 집값 안정을 통한 서울로의 인구유입을 막고 기존 인구를 주변 신도시로 거주 이전시키기 위한 개발이 아닌, 그리고 LH 등 건설사와 대기업의 이익을 실현시키는 구조 중심이 아닌 서울이나 신도시 거주자 각각의 삶의 질과 자존감 향상의 관점에서 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해야할 것은 서울로의 인구유입을 차단하는 방안이다.

지금처럼 서울 집값이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서울주변으로 싼값의 아파트를 지어 내몬다하더라도 그 빈자리를 채울 사람들은 전국에서 끊임없이 유입된다. 즉 서울인구유출 뒤에 다시 지방인구유입으로 그 빈자리를 메꿀 수 없는 수요의 원천 봉쇄가 불가능한 구조로는 서울의 집값상승을 막을 수 없다. 국토균형발전의 관점에서 학교와 주요 공공기관 그리고 대기업 및 금융기관의 지방이전 등이 적극 추진되어야한다.

두 번째로는 서울 사람들을 서울 주변도시로 내몰고 다시 서울로 출퇴근시키는 정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왜 그래야할까? 당연 서울시의 노력이 전제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즉 서울문제는 서울에서 풀고, 주변 도시에 거주히는 주민들은 그 도시 안에 머물게 해야 한다. 즉 서울로의 유입인구와 거주인구를 서울시 자체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는 뉴타운을 연기하고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상호 연관, 연계성 부족으로 주택 공급부족 현상이 야기되었고 환경문제를 빌미로 그린벨트지역 해제거부로 이를 외부로 전가하는 정책을 꾸준히 구사해왔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서울시의 주택공급부족과 집값 특히 강남집값 상승문제는 서울시 자체의 재건축, 재개발로 공급 부족문제를 해소해야한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구분산 정책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가능한 서울 소재 국•도•시유지나 그린벨트 등을 해제하고 재개발이나 재건축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을 극대화해서 서울 수요를 적극 뒷받침해야한다. 서울 강남의 집값이 오른 이유는 자사고, 특목고를 폐지하고 재개발과 재건축을 규제하고 그린벨트를 풀지 않고 앞으로 더이상 서울 자체로 주택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정책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수요가 어디로 몰리겠는가? 더군다나 김현미 장관의 '똑똑한 주택 1채 보유'가 강남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도 아이러니다.

세번째로는 서울주변으로 이동한 사람들이 서울로 돌아오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즉 주변부로 이동한 신도시 주민들의 유출을 방지하는 방안, 즉 자족도시의 실현이다. 신도시에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 그리고 교통과 문화 확보로 거주민들에게 삶의 질이나 자존감을 향상시켜주면 된다. 

원래 도시개발은 중심부 일자리도시와 주변부 베드타운을 방사형으로 배치하여 도로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에도 12개 신도시를 개발할 때 초기단계부터 도로와 전철 그리고 기차 등 도로망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자족시설을 갖추는 계획도시, 자족도시로 설계되었다.

신도시의 자족기능을 갖추는 일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것은 규제개혁이다. 수도권과밀억제지구 해제로 양질의 초•중•고•대학•대학원을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산학협동으로 고급인력풀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양질의 기업을 유치하고 테크노밸리와 같은 첨단산업단지를 구축, 일자리 창출과 창업을 유도하고 고용을 증대하고 지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과의 선순환구조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게함으로써 도시의 자족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도시 거주자들이 서울로 가지 않게 되고 불가피한 출퇴근자들은 광역교통망 구축을 통해 통근불편을 수렴할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의외로 명징해진다.

3기신도시개발을 1, 2기신도시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 추진하면 되는 것이고 1, 2기신도시는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자족도시화를 완료하면 되는 것이다.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대전제는 규제개혁을 통한 교육 환경 개선과 일자리 확보다. 즉 자녀 양육에서 학교, 직장과 결혼, 출생과 양육이라는 선순환구조를 신도시 안에서 자기완결구조로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대학교까지 도시를 떠나지 않게 확충하고 공공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양질의 기업을 유치하고 대규모 단지화하면서 산학협력을 통해 확보된 고급인력풀을 기반으로 기업으로 하여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을 늘리도록 하는 일이다. 뒤이어 복지와 문화가 결합하면 된다. 공공일자리창출은 최후수단이다.

 ​1989년부터 추진된 수도권 1기 5곳 신도시 건설은 고도 성장기에 접어든 한국경제가 내 집 마련 수요를 급증시키면서 야기된 주택공급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었다.

도시화(Urbanization)와 산업화로 도시집중이 심화될 경우 인근 지역을 개발하여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일본,  중국과 베트남 등의 신도시개발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후기 산업화가 진행되고 저성장과 인구 감소 등 문제가 부각될 때면 도시개발은 재차 구도심권으로 향한다. 바로 ‘재도시화(Re-urbanization)’ 다. 신도시가 쇠퇴하면서 구도심권으로 재차 개발의 축이 쏠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이다. 일본 롯본기 힐 등의 대대적인 도쿄권 재생사업이나 런던 브라운 계획 등이 그렇다.

하지만 대표적인 1기 신도시의 하나로 지어진 고양 일산의 아파트들은 25년을 대략 넘기고 있다. 한계수명 30년 즈음에 재건축과 재개발이 진해되어야 하지만 인근에 새로운 신규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그 지역은 슬럼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거주민들의 도심이동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3기신도시가 개발될 경우 고양시 거주자들이 먼저 대거 이동하고 이후 일부 서울 인구의 유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공급과잉으로 접어든 시기에 재건축과 재개발이 불가능해지는 기존 대규모 노후화된 아파트단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명품도시로 나아가야할 고양시는 이 모든 문제를 안고 가야한다.

우리가 처한 심각한 현실인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흐름으로 볼 때 우리 사회가 분명한 재도시화단계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발표된 고양 창릉을 비롯해 부천 대장,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 이른바 3기 신도시는 이런 흐름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정책인 것이다.

기존 1, 2기 신도시권을 재생해야할 시점에 인근의 외곽에 새로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과(過)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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