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몇 주 째 주말마다 길거리로 뛰쳐나오는 기존신도시 주민들의 외침을 이렇게 무시하겠다는 것이냐”

창릉신도시를 고양시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며 이재준 고양시장이 최근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 기사에 대한 반응이다. 이 인터뷰에서 이재준 시장은 ‘덕양과 일산의 불균형 해소’를 내세우지만, 이 ‘불균형 해소’를 일산 주민들은 ‘일산의 몰락’이나 다름없다고 여기고 있다. 

창릉 신도시 때문에 일산의 집값 하락은 더욱 가속화되고, 서울로 가는 교통망은 더욱 정체되는 것에 대해 일산 주민들은 우려를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1996년에 일산으로 이사온 한 주민은 “분당으로 이사 가지 않은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한다. 집값이 3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삶의 질도 점점 차이가 나고 있다. 96년에는 일산에서 광화문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할 때, 7시 반에 집을 나섰지만 지금은 5시 반에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창릉 신도시가 들어서면 일산에서 형편이 좀 나은 사람들은 창릉으로 이사 가게 될 것인데, 그러면 일산은 빈집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일산 주민들은 지금까지 4차에 걸친 창릉신도시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재준 시장이 외면하는 태도에 대해 격앙되어 있다. 고양시 도시 역사에서 1989년 일산신도시 발표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일방통행식으로 강요하는 것임에도 지자체장으로써 순응적인 태도에 대한 반감도 가지고 있다. 이재준 시장이 “고양시장으로서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다” 혹은 “정치 논리에 함몰되어 사태 파악을 기피하고 있다”는 평이 주민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5차 집회를 9일 고양시 주엽동 태영프라자 김현미 의원 사무실 앞에서 열기로 했다. ‘3기 신도시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반대 집회를 계속할 것임을 밝히면서 집회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집회를 지속적으로 여는 한편 주민들은 이재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거론하고 있다. 주민소환은 주민들이 해당 지자체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절차를 거쳐 시장 등을 직접 소환하는 제도다. 

고양시장 주민소환의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보다 3기 신도시 정책을 찬성하고 추진한 점이 주된 것이다. 

주민소환은 주민들이 해당 지자체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절차를 거쳐 시장 등을 직접 소환하는 제도다. 집회와 함께 이재준 고양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움직임은 3기 신도시 반대 움직임의 대표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주민소환은 주민들이 해당 지자체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절차를 거쳐 시장 등을 직접 소환하는 제도다. 집회와 함께 이재준 고양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움직임은 3기 신도시 반대 움직임의 대표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다른 지자체 장들이 3기 신도시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거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재준 시장은 ‘덕양 발전의 기회’라는 것만 부각시켜 3기 신도시 개발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주민 동의를 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일산 주민들의 반감이 주민소환의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광명을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만들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3기 신도시가 광명에 조성되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광명시는 당초 부동산 전문가들과 언론으로부터 3기 신도시의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이다. 임병택 시흥시장도 “정부가 아파트만 짓고 떠나버리는 게 아니라 주거지역의 안착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못마땅한 입장을 밝혔다. 최종환 파주시장도 ‘제3기 신도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이후 지난 4일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교통대책을 건의 발표했다. ‘운정신도시의 경우 아직 3지구가 분양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고,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자족기능을 갖는 첨단기업 유치와 지하철 연장 등 광역 교통 개선 대책이 이행되지 않아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운정신도시와 서울 사이에 새로운 신도시가 조성되면 운정신도시의 교통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주민소환은 까다로운 청구요건과 불편한 동의 절차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2007년 처음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11년이 지나는 동안 총 94건이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실제 투표가 실시된 것은 8건에 불과하며 86건은 주민소환에 동의하는 청구인 기준을 채우지 못해 미투표로 종결됐다. 주민소환에 성공해 해직된 사례는 2007년 경기 하남시의원 2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군수의 경우 해당 지자체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15% 이상에게 서명을 받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청구하면 소환투표를 할 수 있는 첫 번째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여기서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는 전년도 12월 31일 현재 해당 지자체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19세 이상의 주민과 외국인을 말한다. 고양시의 주민소환투표권자는 86만942명으로 이 중 15%인 12만9142명 이상이 서명해야만 한다. 또한 고양시 내 39개 동의 3분의 1(13개)이상에서 각 동별 최소서명인수 이상이 서명을 해야 한다. 

소환 투표가 실시되면 해당 지자체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28만6981명)이 투표해야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소환투표대상자(고양시장)는 직을 잃게 된다.

주민소환과 관련해 최근에는 주민소환 요건의 완화와 종이 서명이 아닌 전자 서명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민소환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기존에는 종이로 된 서명부에 자필로 성명, 주소 등 정보를 기재하고 서명하는 방식으로만 주민투표, 소환투표 청구를 할 수 있어 주민들이 참여하기 어렵고 잦은 오기가 발생하는 등 서명부 심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개정안은 주민이 온라인 서명부에 전자서명을 하는 방식으로도 주민투표·소환투표를 청구하고, 전산으로 서명부를 심사하는 온라인 청구방식을 도입토록 했다.

현재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81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온라인 카페 ‘일산신도시연합회’ 회원들은 주민소환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 회원은 “3기 신도시 철회라는 크고 장기적인 목표에 고양시장 주민소환이라는 단기적인 목표가 함께 공지되면 희망을 가지고 더욱 단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주민소환이 진행되는 것이라도 봐야 울분이 풀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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