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사주팔자(四柱八字)는 인간의 운명을 알아보는 네 가지 요소와 그를 표현하는 여덟 글자를 의미합니다.

사주(四柱)는 인간의 운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을 뜻하는데,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가리킵니다. 인간의 운명이 출생 시기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시점을 통하여 인간을 부리는 신의 뜻을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사주가 같은 사람은 그 복덕도 같을까 하는 것이 의문입니다. 중국 천하를 다스리던 당 태종이 자신과 사주가 같은 사람 두 명을 찾았는데, 한 사람은 만석꾼의 부자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무척이나 가난한 사람이어서 이 역시 믿을 바는 못된다고 하였습니다. 또 어떤 작명가의 사주풀이는 이름이 사주와 조화를 이루어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주가 같고 이름도 같은 사람이라면 그 두 사람의 인생도 똑같을까요? 역시 궁금합니다.

어제 중국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경찰서로부터 날아온 교통법규 위반 벌금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지난 4월30일 오전 08시 30분에 구리시에서 속도위반으로 3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구리시는 물론 집 앞에 차를 세워둔 채 집 밖에는 전혀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답답한 노릇이었습니다.

수취인이 내 이름과 집 주소가 너무 분명하게 표기된 통지서이기에 내 기억의 착오로 스스로 단정하고 범칙금을 낼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 통지서에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통지서에 나와 있는 자동차 사진과 차 번호가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뭔가 점점 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경찰서에 연락을 하자 렌트카를 빌려타지 않았느냐는 반문입니다. 차량 조회결과 그 차는 렌트카 전문업소에서 렌트해주는 차이었기 때문입니다.

역추적으로 렌트카 업소의 소장과 연락이 닿았는데,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며 자주 자기 업소를 이용하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나는 렌트한 일도 없거니와 내가 사는 거주 지역에서 거리도 먼 그곳까지 갈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렌트 사실을 부인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분명 내 이름으로 된 자동차운전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으면 렌트해 줄 수 없고, 이번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몇 번 렌트한 기록이 있다고 말하며 자신도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끝으로 내가 그곳에 기록된 내 이름의 생년월일을 묻자, 내 생년월일 그대로를 말해주었습니다. 내 이름뿐만 아니라 내 생년월일까지 정확한지라 도대체 이게 어쩐 영문인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얼마 후 관련 지역 경찰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들의 행정착오로 죄송하다는 사과를 해왔습니다. 이름도 생년월일도 똑같아서 실수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자세히 확인해보니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달라서 다른 분인 것을 알았고 거주지 주소를 실수로 내게 보내왔다는 것입니다.

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입니까?!^^ 꼬였던 문제는 해결됐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나와 이름뿐 아니라 생년월일도 똑같은 사람이 나처럼 이 시대의 역사 속에 함께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참 드문 일입니다. 나 스스로 놀랐고 또 한 편 이상한 전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가 나와 이름도 생년월일도 같지만, 쌍둥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같은 날 태어났어도 닮은 꼴의 쌍둥이를 이름마저 같은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에서 점박이 무늬와 키도 크고 목도 긴 두 마리의 닮은 꼴 기린이 만났습니다.

자신과 영 닮은 꼴인데 서로가 통하는 바는 없었습니다. 서로가 우연히 마주쳐 '어? 나와 똑같은 무늬의 기린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서로를 스쳐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두 마리의 닮은 꼴 기린이 만났다. 닮은 꼴인데 서로 통하는 바가 없다.
두 마리의 닮은 꼴 기린이 만났다. 닮은 꼴인데 서로 통하는 바가 없다.

서로가 같은 면이 있다고 해서 서로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생김새만 같을 뿐이었으니까요.

뜻밖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름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말하는 사주팔자가 나와 똑같은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당 태종의 궁금증처럼 나와 같은 날 태어나 나와 똑같은 이름으로 70여 년을 살아온 '그 사람'의 존재가 궁금해졌습니다.

지금 그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일까? 자주 렌트카를 사용했다는데 도대체 무슨 일로 그랬을까? 가족은 어떨까? 나처럼 손주들도 있고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을까? 초노의 늙은 노땅의 영감꼰대 모습일까 아니면 나처럼 나름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는 지금 자신의 삶을 행복하다고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원망과 불평의 저주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믿음이 없는 비기독교인들에게는 사주팔자에 따른 운수(運數)가 자신들의 운명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 어떤 다른 존재가 아닌 창조주요 우주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손 안에 모든 시작과 끝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손에 의해 모든 것이 움직여진다고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세상은 목사의 사주팔자를 어떻게 말할까요?

예전 내가 목사되기 전 어떤 사람은 지나가는 말로 목사의 삶과는 아주 거리가 먼 나를 두고 내 사주팔자가 목사될 것이라고 했고 신통방통(神通旁通)하게도 정말 나는 목사가 됐습니다.

그의 입술의 말이 있기 아주 오래 전 내 모태에서부터 하나님은 나를 당신의 종으로 부르셨다는 것이 장로교의 선택예정론이고, 나는 장로교 목사로서 이 교리를 신봉합니다.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일을 보면서 거듭 내 존재가, 나의 나됨이 하나님 은혜임을 깊이 체험하며 깨닫는 요즘입니다.

오늘 밤은 나와 이름도 태어난 생년월일도 똑같은 '또 다른 나'를 위해 기도해야겠습니다. 그 영혼이 하나님의 손안에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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