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요즘 제가 많이 씁쓸합니다.” 지난 23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내뱉은 심경이었다. 김 장관은 3기 신도시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경기 서북부의 교통대안을 내놨지만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당근책에 그친다며 오히려 더 큰 반발만 불러왔다. 

25일 신도시 반대 3차 집회가 고양시 일산동구청에서 벌어졌다. 12일(파주운정행복센터) 18일(주엽공원)에 이은 세 번째 집단행동이었다. 이날 집회 2일 전에 내놓은 김현미 장관의 교통대책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반대는 더 거세진 감이 있었다. 1차와 2차 집회 때 함께했던 검단신도시입주자총연합회 등 검단주민단체는 이날 3차 집회에서는 인천 서구 인천지하철 2호선 완정역에서 따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일산동구청과 완정역 2곳에서 집회 참석자가 주최 측 추산 1만1000명에 이른다. 

이날 ‘김현미는 사퇴하라’는 구호가 더 빈번하게 외쳐졌다. ‘김현미는 사퇴하라’, ‘이재준도 사퇴하라’, ‘창릉지구 전면무효’, ‘토지거래 전수조사’, ‘일산운정 살려내라’라는 이 5개 구호는 이날 집회의 대표구호였다. 단순히 집회를 이끄는 몇몇 집행부가 만들어낸 구호가 아니라 일산연‧운정연 카페 수천명의 회원들이 선정한 구호였다. 

무엇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을 격앙하게 만든 것은 3기 신도시 반대집회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이재준 고양시장의 태도였다. 이날 집회가 벌어지는 동일한 시간에, 집회장소와 가까운 일산문화공원에서는 고양시 주최, 고양문화재단 주관의 시민축제 ‘2019 희망콘서트’가 열렸다. 3기 신도시 반대하는 일산 주민로부터 ‘주민소환’까지 거론되는 이재준 시장이 집회에서 부르짖는 3기 신도시 반대 목소리를 제쳐두고, 유명 가수들을 부른 축제에 태연히 참가한 것이 알려지자 ‘이재준도 사퇴하라’는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25일 3기 신도시 반대 집회가 벌어지는 동일한 시간에, 집회장소와 가까운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2019 희망콘서트’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25일 3기 신도시 반대 집회가 벌어지는 동일한 시간에, 집회장소와 가까운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2019 희망콘서트’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 일산신도시연합회 카페에서 캡처 
이날 집회 참가자들을 격앙하게 만든 것은 3기 신도시 반대집회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이재준 고양시장의 태도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을 격앙하게 만든 것은 3기 신도시 반대집회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이재준 고양시장의 태도였다.

이날 집회 한 참가자는  ‘2019 희망콘서트’에 참가한 시장 소식을 접하고 “이날 이재준 시장이 있었던 곳은 다른 세상이었다. 이재준 시장은 시민의 혈세로 불러온 초청가수를 보며 웃고 박수치고 있었다. 3기 신도시를 철회하라는 우리의 목소리는 그곳 공연장 엠프소리에 무시당하고 짓밟히고 있었다. 마치 본인은 너희들 집회 참가자들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니 마음대로 떠들어라고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주최 측인 일산신도시연합회와 운정신도시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3기 신도시 지정을 즉각 취소한다는 발표가 나기 전까지 집회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지난해 사전 유출된 원흥지구 도면의 부지 2/3 가량이 일치하는 창릉 신도시 지정을 즉각 철회하고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요구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고양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의 창릉지구 신도시 계획에 대한 입장 표명 촉구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한 일산‧파주의 희생과 불모지화 반대 ▲일산‧파주의 집값 하락과 거래절벽에 대한 대책 촉구 등이다. 

환경단체도 3기 신도시 반대하며 이날 집회에 힘을 보탰다. 고양을 비롯해 서울‧수원‧인천 등 수도권의 환경연합은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이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가지며 “그린벨트 훼손과 수도권 집중을 유발하는 3기 신도시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해왔다. 

이들 환경단체들의 논리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집값안정이면 신도시를 개발할 것이 아니라 공적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요가 급변하는 1~2인가구 주택난이 목적이라면 기성시가지의 자족성을 기반으로 소규모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의 명분이 되는 그린벨트를 풀며 자족도시 기능을 확충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차장은 "이제는 정부가 마음대로 도시개발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도시는 주민 스스로 지키고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차장은 "이제는 정부가 마음대로 도시개발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도시는 주민 스스로 지키고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차장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3일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3기신도시계획철회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때 일산연 집행부 여러분도 참여해주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맹 차장은 “그린벨트를 지키는 범위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자체적으로 24만 가구를 도시재생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서울시와 함께 하며 정부를 대상으로 싸워왔다. 그런데 정부가 경기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 그린벨트를 풀어가면서까지, 저성장 시대에 인구 절벽이 다가오는 시대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기성 시가지를 버리며 신도시만 짓는 방식으로만 일관한다면 환경이 어떻게 지켜지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정부가 마음대로 도시개발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도시는 주민 스스로 지키고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우리는 일산으로 운정으로 이사 와서 우리가 가진 쾌적한 환경을 자랑했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저들은 교통을 이용하려는 우리의 발목의 묶어놓았다. 개발을 미끼로 산황산 그린벨트를 풀고 골프장 짓는다”고 말했다.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우리는 일산으로 운정으로 이사 와서 우리가 가진 쾌적한 환경을 자랑했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저들은 교통을 이용하려는 우리의 발목을 묶어놓았다. 개발을 미끼로 산황산 그린벨트를 풀고 골프장 짓는다”고 말했다.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이유가 ‘집값’ 때문만은 아님을 말했다. 조 공동대표는 “우리는 3기 신도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말하고 있는데, 저들은 님비현상 현상 때문에, 집값 때문에 우리가 3기 신도시를 반대한다고 여기고 있다. 만약 집값 때문이라면 일산으로 운정으로 이사오지 않고 서울에 있는 오두막이라도 사서 들어갔어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우리는 일산으로 운정으로 이사 와서 우리가 가진 쾌적한 환경을 자랑했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저들은 교통을 이용하려는 우리의 발목을 묶어놓았다. 개발을 미끼로 산황산 그린벨트를 풀고 골프장 짓는다”고 말했다. 

또한 “3기 신도시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세 번이나 집회에 와있다. 우리 집회를 보고 있는 정치인들은 저러다가 말겠지, 지치면 떨어지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적당한 구실 주면서 ‘좋은 걸 얻어야지 무조건 철회만 주장할 것이 아니다’라는 그럴듯한 말을 하면서 우리를 속일 것이다. 산황동 골프장 백지화 투쟁 범대위는 이런 말에 속았을 것 같으면 지난 6년간 싸워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25일 3차 집회에서의 김현미 의원실까지의 가두행진은 2차 때에 비해 거리가 멀었음에도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25일 3차 집회에서의 김현미 의원실까지의 가두행진은 2차 때에 비해 거리가 멀었음에도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이날 6시 30분에 시작한 집회는 8시경에 마무리됐다.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일산동구청에서 약 1.7㎞떨어진 김 장관 지역구 사무실이 위치한 태영프라자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번 3차 집회에서의 가두행진은 2차 때에 비해 거리가 멀었음에도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일산동부경찰서까지는 1개 차선을 길게 늘어선 채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가두행진을 벌였으며 일산동부경찰서에서 태영프라자까지는 인도로 가두행진을 벌였다. 김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한동안 ‘김현미 아웃, 3기 신도시 철회’등을 외치고 해산했다. 

집회 전 3기 신도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집회 전 3기 신도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이날 집회 2일 전에 내놓은 김현미 장관의 교통대책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반대는 더 거세진 감이 있었다.
이날 집회 2일 전에 내놓은 김현미 장관의 교통대책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반대는 더 거세진 감이 있었다.
이날 3차 집회 장소였던 일산동구청 앞 장소가 협소했기 때문에 동구청 계단에까지 집회 참가자들이 앉아있다.
이날 3차 집회 장소였던 일산동구청 앞이 협소했기 때문에 동구청 계단에까지 집회 참가자들이 앉아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김현미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김현미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김현미 의원실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25일 밤 9시경 김현미 의원실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집회가끝나고 자원봉사자와 스텝, 운영진들이 집회물품 정리하고 있다.
집회가 끝나고 자원봉사자와 스텝, 운영진들이 집회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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