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5월의 첫날. 이제 다음 주가 되면 딸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해야 한다. 우리는 빠르게 지나가는 하루하루를 아쉬워하면서 오늘도 추억 만들기를 위해 우리 세 모녀는 브루클린 브릿지에 가기로 했다.

조카와 조카사위 사무실 투어
조카의 사무실 쇼룸과 허드슨강

아침 일찍 서둘러 지하철을 타기 위해 터미널로 출발하여 터미널 도착 전에 큰 시누이 딸인 조카에게 보라를 보여주기 조카를 만났다. 조카는 딸이 미국에 왔을 때 같이 생활을 했기 때문에 친자매 같은 사이였다. 보라가 태어난 이후 조카와의 오늘 만남은 3번째 만남이다. 조카는 남성복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그 직장이 있는 빌딩의 10층 전시 매장 한쪽 미팅룸에서 조카를 만났다. 조카는 그사이 더 자란 보라를 보면서 반가워했다. 우리는 멋쟁이 남성들이 주로 입는 값비싼 의상이 전시된 쇼룸을 둘러보았다. 조카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구경하니 자기의 꿈을 이루며 멋지게 활동하고 있는 조카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조카를 만난 후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허드슨강을 건너 High Street역에 내렸다. 그리고 덤보쪽 근처에서 조카사위인 패트릭이 기다리고 있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보라에게는 이모부인 패트릭과는 두 번째 만남이었다. 패트릭은 보라가 많이 컸다며 연신 신기해하며 반가운 인사를 했다.

5년전 야경 촬영 재현과 덤보, 브루클린 블리지
브루클린에서 5년전 야경 촬영 재현

패트릭은 이곳의 루프탑에서 멋진 풍경을 구경하라고 안내해 주었다. 브루클린의 건물들이 개발 전에는 대부분 공장이었는데 이제는 사무실용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설명도 해줬다. 조카사위의 설명을 들으며 건물에 들어가서 사무실을 구경하고, 루프탑으로 올라가 우리는 석달 만에 또 인증샷을 남겼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던 루프탑에서 윌리엄 브릿지, 맨하탄 브릿지, 브루클린 브릿지가 모두 보였다. 그리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새로 건설 중인 뉴욕 엣지 빌딩 등이 있는 맨해튼이 허드슨강 건너로 보였다. 

보라에게 수유를 하고서 건물을 나와 덤보도 걷고, 맨해튼 브릿지 밑을 지나 브루클린 브릿지 공원까지 갔다. 저 멀리 보이는 자유여신상과 허드슨강 건너편 미국내 최고층 빌딩인 원 월드 트레이드센타(일명 프리덤타워)를 구경했다. 5년 전과 달라진 것은 빌딩 앞으로 높은 빌딩들이 더 많이 지어졌고 또 신축중인 건물로 인해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를 윗부분만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우리는 오고가는 사람들 많은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어서 건넜다. 1887년에 착공해 13년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완공했다는 최초의 현수교인 브루클린 브릿지를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며 구경을 한 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보라의 80일 촬영
보라의 80일 촬영

80일이 된 5월 2일은 바람 불고 잔뜩 흐리던 어제와는 달리 너무나 화창한 날씨였다. 우리는 인디언레이크 공원에 나갔다. Tummy Time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보라의 모습을 80일 기념사진으로 찍고, 장도 보고 들어왔다. 

보라가 엎드린 채 고개를 들고 있는 시간이 하루가 다르게 길어졌다. 그리고 옹알이 소리도 점점 커졌고, 엄마의 직수와 유축해둔 모유도 잘 먹어서 힘도 세어졌다. 어느새 기저귀도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라가니 좀 더 두툼하고 사이즈가 살짝 커졌다. 허벅지에도 제법 살이 붙었다.

김밥을 만들어서 사위의 치과병원 방문
김밥을 만들어서 사위의 치과병원 방문

다음날엔 2월부터 사위가 새로운 치과에서 일하고 있는 곳을 방문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종류별로 열 줄의 김밥을 4개의 도시락에 담고, 준비해 둔 케익을 들고서 사위의 일터에 11시 30분에 도착했다. 치과는 2층에 8개의 진료실이 있고, 3층엔 치과 대표인 두 분의 사무실과 사위가 일하는 사무실이 있었다.
 
사위는  치기공사이다. 사위가 근무하는 병원은 8명의 의사들이 근무하는 규모였다. 이곳에서 사위는 교체해야하는 치아, 틀니, 인플란트 등을 제작한다. 성격이 꼼꼼하고 세심하고 또 손이 빠른 사위는 기존에 있던 기술과 요즘 변화하는 3D 기술을 모두 할 줄 안다. 8명 의사들의 의뢰한 것에 맞게 제작함으로써 환자들에게도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치과의사, 간호사, 직원 등 20여명의 직원들이 모두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보라의 방긋 웃음에 귀엽다면서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 간 김밥을 너무나도 맛나게 점심으로 맛보면서 감사의 인사를 해 주었다. 개인 사업도 하지만 직장에서 일하는 사위의 모습은 새로웠고, 책임감이 느껴져서 마음이 든든했다. 사위의 직장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치과에서 나와 근처의 첼시마켓을 구경했다. 작년보다 더 많은 상점들이 입주해 있고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저녁 퇴근시간 터미널 근처에서 딸의 전 직장동료였던 로사를 잠시 만났다. 로사는 5살인 아들을 픽업해야 하기에 편히 앉아 얘기도 못하고, 길거리에 서서 보라 보여주고 10분여 얘기하다 헤어져 오늘 하루도 알차게 보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사위 친구와 만남, 카니발에서 만난 미카네 부부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사위 친구와 만남, 카니발에서 만난 미카네 부부

토요일에는 오후에 팰팍에서 이번에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사위친구인 앤디 민을 카페에서 만났다. 앤디 민과 우유빙수를 먹으며 짧은 만남을 가진 후 우리는 공원에 잠시 가서 산책하다가 사위가 예약해둔 미장원에 같이 갔다. 나도 처음으로 미국에서 컷트를 한 것이다. 이곳 원장도 보라보다 2달 빨리 아들을 출산해 딸에게 많은 육아정보와 여러 가지 물품들을 주었다고 했다. 원장은 본인의 아들과 두 달 차이인데도 보라는 얼굴도 너무 작고 앞뒤짱구에 새까만 머리카락에 놀랐다고 했다. 원장은 잘 웃어주는 보라를 보며 이쁘다고 어쩔 줄 몰라했다.

미장원 앞에서 카니발을 하고 있기에 구경을 했다. 지난번 뮤지컬에 초대했던 미카네 부부가 마침 게임하는 부스에서 일하고 있었다. 부스에서 일도 하시냐 했더니 지역주민들과 리치필드 메모리얼 고등학교 2019년 5월 졸업생 학부모와 함께 학교발전기금 모금을 위해 진행하는 행사라는 설명을 했다. 자녀인 미카가 이번에 졸업하기에 평일에는 직장을 가야하니 시간이 되는 토요일에 밤 12시까지 게임부스에서 봉사하며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의 교육발전기금을 학교에 전달하기 위한 행사라고 했다. 이런 행사들을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진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후안, 네리스, 발레리 집 방문
후안, 네리스, 발레리 집 방문

일요일 오후엔 사위 차의 수리를 맡기기 위해 후안네 집을 방문했다. 부인인 네리스는 지난번 기부행사에 다녀왔던 ‘LINDBERGH ELEMENTARY SCHOOL’(린드버그 초등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막내딸인 4학년 발레리까지 반갑게 우리 가족을 맞아주었다.

이들은 도미니크공화국에서 이민 온 가족으로 지난 크리스정 선거 때 알게 된 친구라고 했다. 자동차 정비소와 주유소를 운영하는 후안의 거실 벽장엔 수많은 자동차 미니어쳐가 가득했다. 너무나 예쁜 발레리는 아가인 보라를 보면서 너무나 좋아했다, 네리스가 사위를 위해 선글라스를 사두었다고 하여 사위는 모자를 선물로 가져가서 전달했다, 우리는 2시간여 동안 버뮤다로의 크루즈여행 사진을 보면서 얘기 나누다가 헤어져 돌아왔다.

5월 6일부터 딸은 출근한다. 12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보라의 출생부터 이만큼까지 키워놓은 시간들이 아련하다. 잘 커준 보라와 잘 키워낸 딸이가 장하기만 하다. 이제 정말 둘이 일하러 가고 나면 하모니(할매)와 손녀딸 둘만의 온전한 시간이 주어진다. 약간 설레기도 하다. 또한 보라가 보채지 않고 잘 지내주기를 바란다.

5월 둘째 주 일요일엔 Mother's day다. 5월 22일은 보라 탄생 100일째 날이다. 조카 둘이서 졸업 준비로 정신없이 3개월을 보낸 후 보라를 만나기 위해 집으로 온다고 하니 방문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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