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국토교통부가 7일 고양시 창릉동 일대에 3만8000호의 주택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고양시 일산 지역과 파주시 운정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심상치않다. 이른바 ‘창릉 3기 신도시’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창릉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김현미 국토부 장관 공식블로그, 온라인 카페인 ‘일산아지매’, ‘일산신도시연합회’ 등을 막론하고 분노와 원성어린 글을 올리고 있다. 이들 게시판에는 창릉 3기 신도시 개발을 ‘일산의 사망 선고’로 여기며 ‘일산신도시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창릉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일산 주민들이 8일 만든 온라인 카페 ‘일산신도시연합회’에는 9일 현재 가입자가 1800명 이상 몰리면서 성토의 장이 만들어졌다. 3기 신도시 저지를 위한 일산 지역의 단톡방 통합창구역할을 하기 위해 개설했다는 이 카페는, 오는 12일 일요일 저녁 6시30분에 운정행복센터 사거리 앞에서 ‘고양 3기 신도시 규탄집회’를 예고하고 있으며, 가입자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한 카페 회원은 창릉 3기 신도시 개발에 대해 “서울의 강남의 집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살고 있는 집값만 박살내기 위한 정책”이라며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부동산 전문가의 분석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3기 창릉 신도시 발표가 난 다음날 생긴 온라인 카페 ‘일산신도시연합회’에는 9일 현재 가입자가 1800명 이상 몰리면서 성토의 장이 만들어졌다.
3기 창릉 신도시 발표가 난 다음날 생긴 온라인 카페 ‘일산신도시연합회’에는 9일 현재 가입자가 1800명 이상 몰리면서 성토의 장이 만들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일산신도시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3기 신도시 고양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한 게시판에는 1만명이 넘는 참여인원이 몰려 있다. 이 게시판 대문글에는 ‘국토부에서 발표한 3기신도시 지정은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와 다름이 없습니다. 지어진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일산신도시는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이렇다할만한 일자리 없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여버렸습니다. 금번 3기신도시 지정은 일자리가 없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일산신도시에 과잉주택공급으로 인해서 더욱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라고 전하고 있다. 

7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 신도시에 사망선고-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7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 신도시에 사망선고-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고양시 일산서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토부 장관 김현미 국회의원의 공식블로그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이용자는 “한 번도 김현미 의원님을 안 뽑은 적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선거운동 하실 때도 화이팅 해드리고 가슴 졸이며 당선되길 바랐던 사람입니다. 일산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한 이유만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는지 아시나요?”라고 전했다. 

3기 창릉 신도시를 반대하는 여론은 비단 일산지역뿐만 아니라 파주운정 지역까지 뻗치고 있다. 파주운정지구의 주민들이 주축인 ‘운정신도시연합회’는 오는 12일 열릴 운정행복센터에서의 촛불집회 안내문을 각 동에 전달해 부착하도록 하며 홍보를 독려했다. 이 안내문에는 ‘현재 운정신도시 3지구에 약 4만세대 이상의 대규모 주택공급 물량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고양시 창릉 3기 신도시를 발표해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운정신도시 3지구는 앞으로 미분양의 무덤이 될 수 있어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를 결사 반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하고 있다.  

“서울 집값 잡는데 일산 집값만 박살”… 관련 사이트마다 분노 댓글 

이렇게 국토부의 창릉 3기 신도시 발표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것은 주택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하락’이 분노와 원성의 밑바닥을 이루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고 1km 떨어진 창릉에 3만8000호를 짓는다는 것은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집값 하락에 시달린 일산과 운정 주민들에게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지은 지 30년이 다 되가는 일산 지역의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인근에 있는 고양 삼송‧지축‧원흥 등의 택지지구에 다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 분양물량만을 보더라도 주택공급량은 상당하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고양시의 올해만의 분양물량은 7472호(기분양 552호, 분양예정 6920호)에 이른다. 파주시의 올해 분양물량은 6260호(기분양 250호, 분양예정 6010호)다. 또한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간 경기 고양·김포·부천·파주·인천 일대에서 입주 예정인 새 아파트 물량은 총 6만1870가구에 이른다. 고양시의 입주 예정 물량은 약 1만7000가구로 김포시(1만8000가구) 다음으로 많다.  

실제로 일산지역과 파주의 집값은 최근 하락세를 멈추지 않았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서울 집값이 0.04% 하락하는 동안 일산동구는 0.54%, 일산서구는 0.71% 각각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안 파주시의 집값은 1.25%나 떨어졌다. 일산과 파주의 집값 하락율은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하락률(-0.03%)보다 더 크다.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에 사는 한 주민은 “3기 신도시 개발은 고양시 일산 지역, 특히 중산동, 탄현동에 자칫 공동화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계획만 있는 고양선‧서부선, 현실화되기까지 난관 산적     

여기에다가 창릉에 비해 서울에서 더 멀리 떨어진 일산과 운정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에 따르는 교통문제는 집값 하락을 더하는 요인이 된다.  

고양시가 국토부와 협상을 하면서 ‘고양선’을 비롯한 교통대책과 자족시설(기업유치를 위한 2개의 앵커시설)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현실화하기에는 난관이 산적해있다. 결국 교통 인프라 구축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3만8000(9만2000명)호가 고양시에 들어섬으로써 교통혼잡만 야기한다는 분석이다. 

우선 고양시가 이번 3기 창릉 신도시를 수용함으로써 얻어낸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하철 ‘고양선’이다. ‘고양선’은 고양시청~대곡~토당~도내~용두~창릉~향동~세절역을 연결시킨다. 그런데 고양선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아 경제성 여부가 확실치 않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커녕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지도 결정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25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한 신청사 부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양시청역에서 출발하는 ‘고양선’을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다. 따라서 고양선의 현실화는 ‘고양시 신청사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서부선 개통도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경전철 노선인 서부선은 새절역~연세대~여의도~노량진~서울대 입구역을 잇는다. 고양선 도입은 향후 새절역에서 고양선과 서부선이 연결되기 때문에 고양시 주민들이 창릉과 향동을 거쳐 여의도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온다. 하지만 서부선 역시 2017년 3월부터 민자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격인 민자적격성심사 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사업 추진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견해도 무리는 아니다.

더구나 GTX 사업의 지연도 이러한 교통대책에 대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GTX 3개 노선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GTX A노선인 삼성~파주 운정 구간은 작년 말 착공식을 했지만 실제로는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착공을 하기 전에 실시설계와 토지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지부진한 상태다. 고양시 철도교통과 담당자은 GTX A노선 착공에 대해 “언제 즈음 실시설계가 마무리되고 토지보상이 마쳐지는지에 대해 국토교통부로부터 공문이 내려온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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