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3월 30일 뉴저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따뜻한 햇살이 비췄고 낮의 온도가 높게 올라갔다. 그래서 오후에 ‘OVERPECK COUNTY PARK’로 넷이 모두 나들이를 했다. 보라의 유모차 첫 시승을 겸해서다. 

보라의 첫 유모차 시승과 첫 피크닉
보라의 첫 유모차 시승과 첫 피크닉

‘OVERPECK COUNTY PARK’는 사위가 딸에게 프로포즈 했던 추억의 장소다. 작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딸 내외와 셋이서 강에서 카약도 타고, 테니스도 쳤다. 파릇파릇 자란 쑥을 잘라서 쑥개떡도 해먹기도 했다. 저녁이면 붉은 노을을 감상하며 강바람을 맞으며 하루에 만보 이상 산책하던 곳이기도 했다.

올해는 보라가 태어나고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기 때문에 이 공원을 갈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봄기운이 따뜻한 날, 오늘 우리 넷은 보라의 유모차를 밀며 공원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오후가 되니 강바람이 정신없이 불었지만 우리는 프로포즈했던 추억의 장소에서 보라와 함께 넷이서 사진을 찍었다. 배가 고파진 보라는 미리 수유한 모유로 ‘첫 외식’을 했다. 유모차에 ‘첫 시승’을 하기도 했다. 

‘OVERPECK COUNTY PARK’에서는 해마다 이맘때쯤  카니발이 열린다. 어린아이들이 놀이기구를 신나게 타며 놀았다. 아직까지도 꽃나무엔 꽃들이 많이 피어나지 않았지만 양지바른 곳엔 핑크색 벚꽃이 피어 있다. 온 동네 아이들이 모두 와서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고, 핫도그, 햄버거, 퍼넬케이크, 후라이 오레오 등을 파는 좌판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이제 몇 년 후에는 보라도 페스티벌에 와서 재미난 놀이기구를 타겠다며 투정을 부릴 것이다. 

우리는 공원의 재미있는 풍경을 구경하다가 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챙겨온 빵과 음료수를 먹었다. 보라는 아빠 품에서 맛있게 젖병을 빨며 배를 채우는 것으로 첫 피크닉을 경험했다. 보라의 생애 첫 피크닉은 보라가 탈 즐거운 놀이기구가 있는 카니발을 사전 답사한 것이 되었다.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는 보라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목련과 벚꽃이 주는 행복
목련과 벚꽃이 주는 행복

좀 더 날씨가 화창해 지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밖으로 나와서 보라에게 꽃놀이와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게 해 주어야겠다. 창문 밖으로 가장 빨리 몽우리를 터뜨린 분홍 목련이 너무나도 예쁘게 피어 있던 날이었다. 오후에 우리 세 모녀는 보라를 띠에 매고서 길 건너편 목련과 골목길 한 켠에 핀 벚꽃을 구경하며 산책했다.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있는 날씨였으므로 코트를 꺼내 입은 딸은 나로 하여금 옛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딸이 걸친 이 코트는 나를 10살 때부터 키워주셨던 큰엄마가 추운 겨울 임신 막달이었던 나를 위해 손뜨개질을 잘하는 동네분께 부탁해 선물해 준 옷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캐시미어 코트인 것이다. 큰엄마가 나와 손녀딸을 위해 임신 축하선물을 챙겨주셨기 때문에 나는 매년 겨울이면 따뜻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코트를 아주 귀하게 보관했다

딸이 코트를 입고 나가며 “할머니가 이렇게 내가 입고 있는 모습 보시면 좋아하실 거야”라면서 “엄마가 잘 보관했다가 나에게 전달해 주었듯 나도 매년 겨울에 잘 입은 후 이 다음에 보라에게 증조외할머니의 마음을 전달할 거야. 내가 그랬듯 보라도 이 다음에 아기를 가지면 입힐 수 있게 전수할 거야”라고 말하는 딸이 고마웠다. 우리는 ‘큰엄마가 보라색 실로 장미문양이 들어간 코트를 짠 것은 어쩌면 우리 보라의 태명을 미리 안 것을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벚꽃 아래서 화사하게 웃으며 행복해 하는 딸을 위해 난 열심히 모바일폰의 셔터를 눌러 맘에 드는 추억 사진을 남겨 주었다. 매년 4월이 되어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열릴 때면 나는 늘 꽃과 화초, 나무를 좋아하셨던 큰엄마를 모시고 휠체어에 태워 나들이했다. 

나는 큰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꽃과 함께 추억으로 남겼던 사진을 들추곤 한다. 어린 나와 동생을 키워 주셨던 우리 큰엄마가 예쁘게 피어난 꽃들을 보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때 큰엄마는 꽃보다 예쁘게 웃고 계셨다. 딸과 보라와 함께 행복한 지금의 우리 모습을 큰엄마가 보신다면 너무나 흐뭇해하시고 좋아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더 많이 보고 싶다.

보라의 예방접종과 맨하탄을 그리며...
보라의 예방접종과 맨하탄을 그리며...

4월 12일에는 에버그린 소아과로 최윤희 선생님을 3번째 찾아뵈었다. 보라는 몸무게가 4.65kg, 키는 55.5cm, 머리둘레는 38cm였다. 보라가 4가지 예방접종을 한 번에 다 받기에는 몸무게가 받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2가지만 접종했다. 다음 주에 다시 나머지 2가지를 접종하자자고 선생님이 권했다. 보라가 오늘 접종한 것은 DTaP와 PCV(폐렴구균)이었다. 보라는 양쪽 허벅지에 꾸욱 맞으며 주사바늘의 따끔함에 앙앙 울었다. 그렇지만 금새 RV(경구용 장염) 2ml는 달달한지 쪽쪽 잘도 받아먹었다.   

소아과에서 나와서 맨하탄이 건너다 보이는 EDGE WATER(엣지워러)에 갔다. 오늘도 보라가 얌전히 자주어서 여유롭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쇼핑을 하다가 맥도날드에서 1$의 행복을 만끽하고서 조심히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 보라는 예방접종을 하고 와도 다행히 열이 오르지 않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주었다. 그래서 사왔던 타이레놀은 사용하지 않았다. 잘 버텨주는 보라가 고마웠다.

54일째 되던 날 나는 목욕을 너무나 좋아하는 보라를 위해 스위마바콤팩트풀을 구입했다. 조심스레 물을 받아 보라를 물속에 넣어 주었는데, 처음에는 좀 겁을 먹더니 곧바로 적응해 동동 떠서 잘 놀았다. 수영과 서핑을 좋아하는 엄마, 아빠의 딸답게  보라도 물을 좋아했다. 

보라의 첫 물놀이와 웃는 모습
보라의 첫 물놀이와 웃는 모습

지난날 딸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2살 무렵, 시어머님은 나를 동네목욕탕에 데리고 갔다. 그때 겁 없이 탕 속으로 뛰어내리는 딸을 어머니가 잡아주시곤 했다. 나의 딸은 물에 관해서 유독 겁이 없었다. 목욕탕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가 사 주셨던 설탕 잔뜩 묻은 꽈배기를 기억하며 가끔 먹고 싶다고 한다. 엄청 물을 좋아하는 딸은 6살 때 수영을 배웠기에 지금도 수영은 잘한다. 이제 주중엔 딸과 내가, 주말엔 사위가 보라를 위해 반신욕을 하면서 물놀이를 해 주자고 약속을 했다. 나에게는 2주 후에나 기회가 오겠지?

일산에서도 이곳 뉴저지에서도 벚꽃들이 활짝 만개해 벚꽃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다음에는 다같이 우리도 벚꽃축제에 가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만나고 보고 싶다.

이글을 쓰는 지금은 이른 아침이다. 어제 저녁 일찍 잠든다 싶더니 여지없이 일찍 일어난 보라와 놀아주고 있다. 우리 보라를 만나기까지의 많은 인연이 신기했다. 다음 회는 보라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할까한다. 다음 이야기는 프로포즈 사연도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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