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보라가 태어나고 한 달이 지나니 40일도 50일도 금방 지나갔다. 50일째 날에 조셉정 산부인과에 보라 엄마가 검진을 받고 난 후, 보라가 자는 틈을 타서 딸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정말 여유 있게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 집안에서만 지내다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놓고 딸과 마주앉아 얼굴을 맞대고 눈을 마주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어른이 되고 아이 엄마가 된 딸을 보니 감동이 밀려왔다. 미국에 와서 보내는 모든 순간 순간이 행복했지만 특히 딸과 보내는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할 뿐이다.

어린 딸과 떨어져 지내며 안쓰럽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을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딸과 오순도순 지내는 친구나 지인들을 보면 부러움도 컸다. 주말이면 딸과 쇼핑도 하고 영화 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냥 부러워했다. 혼자 고생하는 딸을 생각하며 내색도 못했다. 마주보고 까르르 웃으며 가벼운 수다를 떨고 싶었던 꿈을 지금은 마음껏 누리고 있어서 행복하다. 지금의 행복을 내 눈 속에, 머릿 속에, 그리고 마음 속에 선명하게 저장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인답게 스마트폰에 열심히 사진으로 간직하고 있다.

50일째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보라
50일째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보라 / 카페에서 만난 아이와 함께

카페에서 4개월이 되었다는, 보라보다 일찍 태어난 아기와 보라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정말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아기가 부러웠다. 보라보다 일찍 태어난 아기 엄마는 우리 보라의 새까만 머리카락을 많이 부러워했다. 머리숱이 많은 것도 부러움의 대상인 것 같다.

먹는 우유의 양에 따라,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 보낸 날 수에 따라 저리도 차이가 큰 것을 새삼 느꼈다. 이제 보라가 폭풍성장을 하는 시기가 되면서 성장통이 시작됐다. 처음 성장통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보라는 깨어서도 온몸을 비틀고 팔과 다리를 휘저으면서 꼭 거북이가 뒤집혀서 파닥거리듯 열심히 관절운동을 해댔다. 하긴 좁은 엄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웅크리고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하게 있었겠는가!

보라가 잠을 자면서 팔을 자꾸 휘젓다가 놀라 깨기에 엎드려 재워보니, 보라는 긴 시간 편안히 자다가 고개를 힘주어 다른 방향으로 돌릴 줄도 알게된 모양이다. 놀라운 발전을 한 것이다. 매일 한쪽만 보고 우리가 보라의 고개를 돌려줘야 했는데, 이제 보라 스스로 시선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성장통이 오니 보라는 놀면서 심지어 자면서까지 낑낑, 꽁꽁, 끙끙 온갖 소리를 냈다. 온 몸을 비비 꼬고 자다가도 잠깐 울 때, 팔, 다리와 등을 마사지 해주면 기분이 좋은지 다시 편안히 잠들곤 했다. 기지개도 잘 켜고 온 몸을 조금씩 펴는 연습을 하며 이 어린 아기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면 안쓰러워운 마음이 든다. 이런 할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라는 하루가 다르게 몸을 늘려간다.

보라는 이제 엄마, 아빠, 할매와 제법 눈을 맞추며 웃어 주기도 한다. 그 동안의 내게 힘들게 하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날려보내는 이 어린 것의 웃음을 보며 우리 세 사람은 점점 '보라바보'가 되어간다.

이제 5월 6일이면 딸은 회사에 복귀한다.  이를 대비해 보라가 한번 자면 쭉 아침까지 잘 수 있도록 수면습관이 들게 하는 수면교육을 시작했다. 수면 습관을 위해 저녁식사 전 보라를 목욕 시키고 일찍 재워보려 하지만 지금은 10시경이 취침 시간이 됐다. 보라가 배고픈 시간이 되면 딸에겐 정확히 젖이 차오른다. 딸은 잠에서 깨어 새벽 2~3시경, 아침 6~7시경에 유축한 모유를 젖병에 담는다. 나와 함께 자고 있는 보라 옆에 젖병을 배달해 놓고 가면 난 보라가 배고파 깨어 칭얼거릴 때 바로 배를 채워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딸이 직접 모유를 물릴 때도 있다. 보라는 새벽에  맛있게 식사를 하고는 꼬르륵 잠이 들기에 그다지 힘들고 어렵지는 않았다.

보라의 생활패턴을 기록하는 앱
보라의 생활패턴을 기록하는 앱

요즘은 보라의 하루 생활패턴을 기록하는 앱이 있어서 딸은 매번 모유 섭취시간과 섭취량, 잠자는 시간, 용변 시간, 목욕시간 등을 기록하고 있다. 잠결에 깨어 새벽에 일어났었던 일들을 아침나절에 기록할 때는, 가끔씩 피곤해 몇 시였는지, 얼마의 양을 먹었는지가 헷갈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서로 기억해 가며 기록하고 있었다. 딸이 회사로 가기 전 나도 어서 이 앱 사용법을 숙지해 보라와의 하루를 꼼꼼히 기록해 주어야 한다. 육아와 관련해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엄마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축하와 위로하며 소통하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부럽다. 나의 세대가 한창 육아에 전념할 때는 육아 정보가 담긴 책 한권을 사서 '공부'했었다. 세상이 정말 너무도 많이 바뀐 것이다.

“CATCH ME IF YOU CAN" 뮤지컬 공연을 관람했다.
“CATCH ME IF YOU CAN" 뮤지컬 공연을 관람했다.

나의 미국생활이 육아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답답할까봐 딸과 사위는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러던 중 나는 사위와 함께 멋진 공연을 보러 다녀왔다. 보라가 태어날 때 병실까지 찾아주셨던 김선권 선생님의 자녀인 미카가 리치필드 메모리얼 고등학교 12학년 학생으로 졸업을 앞두고서 무대 연출 감독을 3개월여 준비하여 펼치는 “CATCH ME IF YOU CAN"이란 뮤지컬 공연에 초대받아 관람했는데 정말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온 듯 했다.

그 공연은 리치필드 메모리얼 고등학교 학생들의 공연으로 공연에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이 원하는 포지션에 출연 신청하고 전문 선생님과 학교 선생님의 지도 아래 무대, 의상, 조명, 분장까지 완벽하게 준비하는 백스테이지팀과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준비해서 함께 연기와 노래하고 춤추는 배우들의 노력으로 2시간 30분여의 환상적이고 멋진 공연을 무대에 올리려고 시간 내어 연습하고 많은 시간 함께 했을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우리 관객들은 모두 아낌없는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다. 강당 가득 많은 학부모들이 티켓을 10불에 구입해 10시가 넘은 시간까지 관람하며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고등학생들은 대학을 가야하기에 이런 활동을 절대 할 수도 없고 학교에서 이런 재정지원도 생각할 수 없다. 졸업식 공연이라고 해도 K-POP 춤과 노래, 악기연주 정도의 장기자랑이면 정말 잘한 졸업 공연이지 않나 싶다.

미카는 16개 대학에서 모두 합격한 상태로 수의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시간을 낼 수 있는가 했더니 여기는 3시면 수업이 끝나고 그다음엔 꼭 가야하는 학원도 없으니 학교에서 남아,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이 친구는 마칭밴드, 치어리더, 뮤지컬 공연 등 친구들 간의 협동을 중요시하는 활동들을 많이 하였다고 한다.

미국은 우리의 수능과 같은 SAT를 보는데 3번의 SAT시험을 봐서 그 중 가장 높은 점수로 지원하고, 가장 높은 점수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활동사항들이 대학을 선택하기에 도움이 되기에 많은 활동들을 했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도 3번의 대학수학능력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하루에 실력을 발휘해야하는 부담감과 긴장감이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싶다. 조금씩 변화하는 교육계에 요즘은 혁신교육도 하고 있지만 반대의 의견도 난무하는 실정에 우리는 그대로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사위는 지역행사에 나와 함께 가자고 했다.

지난 3월 30일 토요일 아침에 팰팍 소재 경찰서 주최로 FUNDRAISING(모금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사위와 함께 'LINDBERGH ELEMENTARY SCHOOL'(린드버그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1인당 10$의 기부를 하고서 팬케익, 베이글, 도넛, 커피로 브런치를 했다. 일찍 갔는데도 많은 가족들이 삼삼오오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위가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시켜주는데 그 중에는 올해 팰팍 시장으로 당선되신 크리스 정 시장님과 당선축하 인사를, 보라의 출생 축하 인사를 나누었다. 사위가 친구의 소개로 크리스 정이 시장후보시절 선거유세에 동참하여 도와 드렸는데 이번에 시장님으로 당선되셨다고 했다. 식사를 하면서 뉴저지의 교육은 어떤지도 여쭈어 보니 이곳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은 동네이기에 한국처럼 점점 학원가도 많아지고 있다고 하시며,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서는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토론과 이해 교육을 따라가기 힘들어 하는데도 일부 한국 부모님들이 당장의 급한 마음에 주입식 교육을 주도 하고, 이곳 다른 민족 사람들도 그런 쪽으로 함께 휩쓸려 쫓아가고 있는 실정이란 말씀을 해 주시며 안타까워 하셨다.

크리스 정 시장님, 쇼리 경감님과 한 컷
크리스 정 시장님, 숀리 경감님과 한 컷

어디에서 오셨냐고 묻기에 고양시 일산에서 왔다고 하니 이번에 고양세계꽃박람회에 이재준 고양시장님이 초대장을 보내주셨는데 크리스 정 시장님도 올해 첫 시장직을 수행하여 너무 많은 직무로 인해 안타깝게 도저히 일정을 뺄 수가 없어 다음 기회에 꼭 참석하고 싶다고 하셨다. 내년엔 고양시 꽃박람회에서 크리스 정 시장님을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팰팍 경찰서 숀리 경감님과도 소개 받고, 축하인사도 받으면서 이야기 나눴다. 숀리 경감은 동부에서 최초로 동양인이 경감까지 된 분이라고 했다. 사위친구인 앤디 민네 가족, 미카네 가족, 네리스네 가족, 쌤 & 케렌 부부와 함께 선거 때 만났던 분들이라고 소개받고서 우리들이 앉은 테이블에서 2팀이나 경품도 당첨되어 환호하며 2시간여의 경찰서 모금행사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린드버그 초등학교 교실과 복도에 걸린 작품들
린드버그 초등학교 교실과 복도에 걸린 작품들

토요일 외부 기관 행사에 초등학교 급식실을 개방하여 가족단위로 참가하고 이런 뜻깊은 모금행사를 하는 모습도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식사 후 초등학교 교실도 구경하고 복도에 설치한 작품들도 구경해봤다. 음료수 병뚜껑들을 모아 정말 다양한 크기와 색깔, 모양들로 호랑이 얼굴과 수족관 속 물고기를 표현한 것을 보면서 저런 커다란 작품을 만들며 환경 보호와 건강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초등학생들이 갖지 않았을까 싶다. 행사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처음으로 따뜻한 햇살이 좋아서 더욱 편안하고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또 육아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 보라가 곧 60일이 되면 소아과도 가서 더 많은 예방접종을 하고 면역력을 높여야한다. 보라는 좀 더 잘 자고 한 번에 먹는 모유량도 늘어나 딸이 출근하기 전까지 모유를 조금씩 더 많이 비축해야 할 것 같다. 점점 딸과 사위는 일터로 나가고 보라와 단둘이 있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보라야~
이제 점점 따뜻한 햇살에 이쁜 꽃이 피는 봄이 온다.
우리 모두 피크닉 가서 꽃구경하고 놀면서 예쁜 사진 찍으며 추억을 만들고 오면 좋겠다. 그치?
다음편은 보라와 함께 하는 우리의 첫 피크닉이야기를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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