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나는 6개월 머물 예정으로 뉴저지에 왔다. 벌써 두 달이 지나갔으니, 시간 참 빠르다.

5월 6일, 딸은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직해야 한다. 나는 그날부터 보라와 단 둘이 지내야 한다. 또 4개월 후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이제 슬슬 보라를 맡기는 것을 준비할 때가 됐다.

직장맘들은 nanny(보모)를 채용해 아기를 돌보게 하거나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에 아기를 보내야만 하는데, nanny를 채용하는 것은 비용도 너무 비싸고, 집안 곳곳 CCTV 설치해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 또한 마음이 맞는 보모를 찾기가 쉽지 않기에 이런저런 상의를 하다가 day care center를 찾기로 했다.

딸이 살고 있는 지역의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 중에는 우리 교민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그 중 몇 곳은 종교단체가 운영하고 한국 아이들도 많았다. 알아보니 우리 집과 거리가 좀 멀고 출퇴근길이 막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운영시간이 도저히 보라 엄마, 아빠의 낼 수 있는 시간과 맞지 않았다.

보라 부모와 논의 후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맡길 수 있고, 집에서 차로 5분~10분정도면 가능한 곳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꼭 한국 친구들이 있는 곳이 아니라도 다국적 친구들이 함께 하는 곳도 상관없다는 의견으로 선택의 폭을 좁혔다.

그런데 우리는 다시 웹사이트를 찾아 헤매다가 우리가 찾는 조건에 맞는 곳을 발견했다. 전화로 방문 예약한 후 3월 14일 오후에 보라가 첫 단체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는 곳으로 우리 네 식구는 모두 출동했다.

그 곳은 센터밖의 주차장과 아이들이 잠깐씩 야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작은 놀이터도 있었다. 교실 안은 18개월 미만 영아들과 18개월 이상의 아가들이 분리되어 있었다. 한쪽엔 아이들이 각자 가져온 물품들을 보관하는 공간과 센터 사무용 비품들을 보관하는 공간도 있었다. 18개월까지의 아기들이 있어야 하는 파란색 파티션 안에는 6개의 pack 'n play(접이식 아기침대), 2개의 수유의자, 장난감들이 있었다.

센터를 둘러보니 이곳에서 동양인은 우리 보라뿐인 듯 싶고, 모두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12명이 모여 3명 선생님의 보호 아래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서 꼬물꼬물 지내는 모습이 새롭고도 신기했다. 보라 부모도 처음 보는 장면이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보고 있었다. 특히, 몇 달 후 우리 보라가 다닐 곳이라 생각하니 더 꼼꼼히 체크하고 살펴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곳도 대기자가 있기에 미리 접수 등록이 필요했다. 우리나라는 영아 3명당 1명의 선생님이 돌보지만 이곳은 1명의 선생님이 영아 4명을 돌보며, 운영시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돌보아 준다고 했다. 매일 기저귀 5장과 갈아입을 옷, 시트 한두 장을 준비하고 모유는 얼려서 보내주면 시간 맞춰 수유해 주고 이유식도 챙겨 보내면 된다고 했다. 시설과 조건이 우리와 잘 맞았지만 그래도 바로 결정을 하지 못했다.

일단 친절한 상담과 시설을 둘러본 후 집으로 돌아와 딸과 사위와 함께 다시 한 번 신중히 점검하고서 논의를 하며, 보라 엄마아빠의 입장과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의 모든 조건이 잘 맞기에 보라를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8월부터 가게될 "Little Stars"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에 방문했다.
8월부터 가게될 "Little Stars"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에 방문했다.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다시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를 방문했다. 7월에 잠깐씩이라도 와서 보라가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게 했다. 그리고 8월 1일부터 보라는 “Little Stars” day care center로 정식 등원을 시작하기로 등록을 마쳤다. 채 6개월이 되기 전 보라는 처음으로 친구, 언니, 오빠들과 단체 생활을 하는 곳에서 선생님들의 돌봄으로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생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Little Stars”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에 가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선생님을 만나서 상담을 하는 딸과 사위를 보며 나 역시 처음인 듯 생소했지만 예전에 보라 엄마를 처음 유치원에 보낼 때 생각이 났다. 우리 가족은 4대가 함께 살며 보라 엄마는 증조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의 큰 사랑을 독차지하며, 집에서 돌봄을 받다가 둘만의 힘으로 마련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우리 세 식구가 분가했다.

딸이 5살에 유치원 첫 등원하던 날의 일이 생각났다. 9시에 등원하고 11시경에 원장님의 호출 전화로 유치원에 가보니 딸이 엄마를 찾으며 집에 가겠다고 큰소리로 울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나는 딸에게 엄마는 이제 회사 안가고 집에 있다가 유치원 끝나면 데리러 온다고 안심 또 안심을 시켜 주고 다독여서 겨우 진정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대식구 속에 살던 딸은 분가해 셋이 살다보니 분리불안이 있었는지, 놀이터에서 잘 놀다가도 자꾸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며 내가 집에 있는가를 수없이 확인해서 정말 안쓰러웠다. 또 엄마가 어디 갔을까봐 문을 너무 많이 열어서 현관문이 떨어질 정도로 확인을 했었다. 시간이 약이랄까 서서히 불안해하는 증상들이 줄어들고 안정을 찾으며 좋아졌고 유치원을 지나 초등학교에 가서는 3번의 전학을 하면서도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중학교시절에는 먼 타국까지 가서 혼자 공부하고 직장 생활하다가 이제는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있다.

지금 나는 손녀딸을 위해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에서 열심히 상담을 하는 딸을 보며, 예전에 큰소리로 엄마를 찾던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장면, 모든 것에 감사할 뿐이다.

8월부터는 사위와 딸 둘이 보라를 떼어 놓고 맞벌이를 해가면서 동시에 보라의 모든 것을 챙겨야 하는 부모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서로 도와 가면서 잘 해내겠지 하는 믿음을 갖는다. 지금 딸과 사위에게는 나의 손길이 많이 필요할 때인데 내가 더 도와주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마음 한편에 안타까움으로 밀려온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육아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아가면서 직장생활도 할 수 있었다. 만약 지금의 딸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나는 잘해 낼 수 있을까 싶다. 다시 한 번 우리 시할머님, 어머님, 아버님께 더없는 감사와 고마운 마음을 새긴다.

다시 시작된 딸의 운전과 첫시승, 보라의 첫 쇼핑 장소 한아름마트
다시 시작된 딸의 운전과 첫시승, 보라의 첫 쇼핑 장소 한아름마트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결정과 더불어 딸의 운전이 현실로 다가왔다. 몇 년 전 운전면허를 막 땄던 초보시절 마이애미에서 운전을 하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기에 운전을 겁내던 딸이 보라를 위해 큰 용기를 내어 운전을 다시 시작했다. 이곳은 대중교통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day care center 등원과 퇴원. 그리고 병원을 갈려고 해도 운전이 필요한데 사위와 교대로 운전하기 위해 다시 운전연습을 시작했다.

뉴저지는 정말 운전이 못하면 살아가기 힘든 곳인 것 같다. 토요일, 일요일이면 사위와 둘이 나가서 운전을 하더니만 딸이 자신감이 생겼는지 시승하자면서 우리를 태우고 운전했다. 보라의 첫 쇼핑장소는 '리치필드' 한아름마트였다.

죽어도 못한다던 운전을 해내는 딸을 보며 운전이 무서워서 '뚜벅이'인 나도 용기를 내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운전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2가지 중요한 일인 day care center(주간 보호센터) 등록과 딸의 운전이 해결됐다.

wonder weeks(아기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시작된 보라가 엎드려 잠자고 있다.
wonder weeks(아기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시작된 보라가 엎드려 잠자고 있다.

보라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목욕도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예쁜 미소로 할머니를 행복하게 해준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가고 있다. 매일 보는 보라인 것 같지만, 보라를 찍은 사진으로 확인해 보면 하루하루 보라가 크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수유를 해결한 보라에게 또 큰 숙제가 다가오고 있다.

다음 편에는 보라가 조금씩 성장하며 어떤 변화가 왔는지 애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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