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피아니스트 이권희의 인생콘서트-제7화 피아노와  첫 만남
팝피아니스트 이권희의 인생콘서트-제7화 피아노와  첫 만남
  • 이권희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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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희 팝피아니스트
이권희 팝피아니스트

[미디어고양파주] 미디어고양파주(MGP)가 매주 목요일 ‘팝피아니스트 이권희의 인생콘서트’라는 연재를 해오고 있습니다. 고양시 식사동에 거주하며 풍동의 음악작업실로 오가는 이권희씨는 고양시의 오랜 이웃입니다. 6장의 독집음반을 낸 팝피아니스트이지만 솔로로 활동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록밴드인 ‘사랑과평화’에서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며 음악활동을 넓혀오고 있습니다. 이제 그의 어린시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제7화 피아노와  첫 만남

초등학교 5학년 봄. 새 학기 첫 날 학교 가는 길에  댐 공사를 구경했다. 학교 옆쪽의 강바닥에는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던 건설 중장비가 엄청나게 많이 집결해 있었다. 그 중에서 불도우저는 물을 막는 작업을 했다. 강바닥의 흙과 모래와 자갈을 퍼 담는 포크레인과 불도우저와 대형 트럭을 생전 처음 한 눈에 목격한 우리는 괴성을 지르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트럭이 우리 옆을 지나가는데 타이어의 크기가 우리보다 더 컸다. 트럭 운전수는 마치 원두막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높이 앉아 있었다. 우리들은 신기해서 학교가는 것은 까맣게 잊었다. “우와! 아저씨 이 차 이름이 뭐잉교?”하고 우리가 물으니 아저씨는 “뭐라고? 안 들려. 시끄러우니까 저리가, 이 녀석들아”하고 고함을 치시며 우릴 쫒아내려고 했다. 우리는 그래도 신기해서 들은 체 만 체 다른 아저씨들한테 가서 또 물었다.“아저씨. 이것은 무슨 차잉교?” 그러면 아저씨는 “이놈들아! 이건 차가 아니고 로봇다. 저리가  위험하니까!”라고 말했다. 

삽화 = 이영은(zzari)
삽화 = 이영은(zzari)

사진으로만 보던 중장비를 실제로 보니 얼마나 크고 굉음을 내면서 움직이는지  우리는 “ 와!.. 하면서 입을 떠억 벌리면서 쳐다보다가 누군가가 ” 야! 춥다..학교 지각이다!..빨리 가자“ 하면  그제서야 ”야 늦으면 교실 청소다..“하며 학교 까지 쉬지 않고 달음박질해서 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물은 서서히 고여서 넓은 호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커져만 갔다. 몇 개월이 지나니 학교 뒤에 있던 구멍가게. 이발소. 농업 협동조합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조그마한 읍내 거리가 물에 잠겨서 마을의 형태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갔다.  

어느덧 학교 뒤 뜰까지 물이 찰랑찰랑하게 차올랐다. 공놀이를 하다가도 잘못 차서 학교 옆까지 올라온 물에 풍덩 들어 가버리기라도 하면 긴 작대기로 공을 건져 올리기도 하고 너무 멀리 튕겨 들어가면 건지지도 못하고 그냥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학교주위 마을은 이미 물속으로 들어 가버렸는데도 학교는 그나마 제일 높은 지대에 있었기에 신축 건물을 완공 할 때까지 최대한 버티다가 위험 수위까지 도달하면서는 서서히 이사를 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엔 트럭이 많이 없을 때라 큰물건들만 차로 이동하고 나머지 자질구레한 비품들은 우리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들고 걸어서 날랐다. 그때 난 운동장에 심어져 있던  철봉대를 여러 명이서 들고 새로 옮길 학교로 거의 두 시간 정도 낑낑대며 힘들게 날랐던 기억이 난다.

신축학교에 들어서니 새 건물이라 휘황찬란했다. 2층 건물로 바닥은 전부 마루로 공사되었으며 모든 교실과 기자재는 거의 새것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그 당시 우리들 눈에는 꿈의 학교처럼 보였다. 신축학교는 서서히 우리들의 놀이터로 바뀌기 시작했고 거의 모든 놀이를 학교 운동장 주위에서 하게 됐다.

6학년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신축학교로 등교했다. 신축학교의 교정과 교실은 어수선하게 비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우리는 수업을 받기보다 대청소를 하느라 더 바빴다. 매일 매일이 온통 대청소하는 분위기였다. 학교 건물 안은 전체가 마룻바닥으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각자가 준비해온 양초와 마른 걸레를 들고 마룻바닥에 초를 칠하고 마른 걸레로 열심히 문지르면 매끌매끌하게 광이 났다. 

삽화 = 이영은(zzari)
삽화 = 이영은(zzari)

온종일 전교생들은 자기반 앞 복도에 엎드려 바닥을 팔이 빠질 듯이 문질렀다. 장난기 다분한 애들은 발밑에 걸레를 넣고 스케이트를 타는 동작으로 왔다갔다 했다. 그런데 슬라이딩의 재미를 즐기다가 벽에 부딪치는 놈, 열심히 바닥을 문지르고 있는 애의 엉덩이를 들이 받아서 아파 우는 놈, 옆의 애들하고 부딪혀 코피를 흘리는 놈 등 매끄러운 바닥 때문에 사고 아닌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그렇게 청소는 하지 않고 장난만 치는 놈은 결국 선생님께 들켜 복도 한 쪽 옆에 나란히 두 손 들고 벌서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 마치 요술나라에라도 온 것처럼 신축건물이 좋았다.  

하지만 내가 진실로 신축학교가 좋았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 전 낡은 학교에서는 풍금을 음악수업이 있는 교실로 옮겨놓고는 했는데, 신축 학교에서의 음악수업은 따로 마련된 음악실에서 이뤄졌다. 그 음악실에는 여러 종류의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들이 놓여 있고 음악에 관한 자료와 여러 교재가 준비 되어 있었다.  

드디어 첫 음악 수업이 있던 날, 음악실로 이동해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내 눈앞에 시커멓고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덮개에 덮여져 있는 그랜드 피아노에 온통 마음이 가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 자아.. 오늘 부터는 음악 수업을 여기서 할 거니까.. 당번은 음악수업 전에는 교무실에 가서 열쇠를 가져다가 문 열어놓고 수업 준비를 하도록..” 이말을 듣는 순간 “앞으로 당번은 내가 고정으로 해야지..” 라는 욕심이 생겼다.  왜냐면 음악실에 자주 들어와야 여러 악기를 볼 수 있기에...  

선생님께서 피아노 덮개를 벗기는 순간, 검은색 피아노는 햇볕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멋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피아노라는 악기를 그 때 처음 보았을 것이다.  얼마나 신기했는지 애들은 “우와! 저건 비싼 풍금 인가보다”,  “아니다. 저건 피아노란 거다”하며 서로 아는 체를 해가며 떠들기 시작했다. 그 때 선생님은 “자아! 다들 조용, 이건 피아노다. 우리학교가 신설 학교라서 모기업체 회장님이 특별히 기증을 해주셨다. 그러니 허락 없이 만져선 안 된다. 알겠제?”라고 주의를 주셨다. 

선생님이 앉아서 피아노를 둥~ 하고 치시는데, 그랜드 피아노의 실제 생소리를 옆에서 듣는 느낌은 나의 심장을 고동치게 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피아노의 생소리. 그 때의 기분은 아직까지 나의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날 이후 음악실 청소당번을 정할 때는 무조건 내가 우기고 자청을 했다. 음악실 청소를 빨리 끝내 놓고 여러 악기를 조심스레 만져보고 조용히 소리를 내어보는 재미는 세상의 그 어떤 재와도 아마 비교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악기를 직접 만지면서 나의 숨어있던 음악적 재능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학교 가는 재미가 새로 생긴 것이다. 

삽화 = 이영은(zzari)
삽화 = 이영은(zzari)

하루는 방과 후 교실 청소를 끝내고 음악실 옆을 지나가는데 문이 열려 있기에 조용히 들어갔다. 피아노 커버를 열고 피아노 건반뚜껑을 열어 보니 열리는 것이 아닌가. 이게 왠 일이야. 수업을 끝내고 나가실 때 선생님이 늘 잠그시던 피아노를 그날은 깜박 잊고 그냥 나가신 것 같았다. 조심스레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았다. 그저 그 음에 빠진 것 같았다. 집에 갈 시간도, 선생님께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잊고  내가 알고 있는 멜로디를 그냥 본능적으로 치면서 무아지경에 빠졌다. 

그때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면서 “너, 왜 피아노 만지고 있나. 얼른 나와!”라고  크게 야단치셨다. 나는 순간 놀라서 피아노 뚜껑을 닫지 않고 밖으로 도망쳤다. 그날의 피아노 소리에 매혹되어 틈만 나면 청소일이 아닐 때도 음악실을 기웃거리다 혹시 문이 열려 있으면 얼른 들어가서 피아노 뚜껑을 열려고 해 보면 항상 잠겨져 있었다. 

망치로 부수어서라도 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로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요즘 같으면 학원에 가면 원없이 만질 수 있는 악기지만 그때는 피아노학원이란 것도  없었고  친척집이나 내가 아는 그 어느 집에도 피아노는 없었다. 아마 그때 그렇게 간절히 갖고 싶고 연주하기를 원했었기에 이렇게 피아니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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