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유완식 고양축산농협(아래 '고양축협') 조합장은 묵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12년 전국한우협회 서울인천경기지회장이 됐고 2015년 고양축협 조합장에 당선된 이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7년 조합원의 대거 탈퇴, 조합장 보궐선거 등의 악재가 겹치며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시련에도 유 조합장은 “지난 4년 동안 여러 역경을 극복해 봤기 때문에 자신감은 더해졌다”고 말했다. 

고양축협은 유 조합장이 취임한 이후 평범한 수준의 조합에서 농‧축협 경영실태 평가 1등급 조합으로 자리매김했다. “전국에서 경영실적이 5% 이내에 들어가는 우수한 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이러한 성과와는 달리 풀어야 할 과제도 그 앞에 놓여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양축협 130농가의 축사 적법화 문제다. 이 문제를 포함해 고양축협의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유완식 조합장을 만났다. 

● 축산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 그래서 열 살 무렵부터 내가 직접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학교에 갔다 오면 책보는 내팽개치고 돼지우리에서 일했다. 그런데 돼지는 질병에 잘 걸리고 값이 들쭉날쭉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안정적으로 돼지 키우기가 어려웠다. 결국 기르던 돼지를 모두 팔고 대신 젖소 세 마리를 사서 키우기 시작했다. 그때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학생 신분이었지만 공부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 젖소를 키우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그렇게 살다가 내 인생에서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군대 간 형님이 읽던 책 중의 하나인 ‘도산사상’이라는 책을 만난 것이었다. 그 책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민족의 실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어떠한 고뇌를 했고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가 담겨 있었다. 그 책을 읽고 나는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도산은 나의 정신적 지주였다.       

● 고양축협의 현재 조합원 수는 약 800명을 헤아린다. 조합원 수 추이는 어떠한가. 

776명의 조합원 무자격자가 탈퇴되어 조합원 수가 420명으로 줄어든 때도 있었다. 현재는 798명으로 조합원 수가 늘었다. 고양이 도시화되면서 아파트 등 주거지 인근에 축사를 지으면 바로 민원이 발생하니까 축산농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 고양축협의 신용사업이 크게 신장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현재 고양축협의 상호금융물량은 4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4년 전에는 고양축협의 예수금은 5600억원, 금융대출은 3700억원 정도였다. 지금은 예수금 1조원을 돌파했고 금융대출도 7200억원을 달성했다. 35년 동안 이룬 성과를 4년 만에 이룬 것이다.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직원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이다. 4년 전에는 고정손님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안이하게 일했었다. 그런데 직원들에게 실적을 낸 만큼 보상을 줌으로써 의욕을 불어넣었다. 동기부여가 되면 직원들이 소극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의 고양축협의 상호금융물량은 4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유완식 고양축협조합장은 그 원동력에 대해 “직원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고양축협의 상호금융물량은 4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유완식 고양축협조합장은 그 원동력에 대해 “직원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고양축협의 향후 4년 동안의 신용사업 전망은 어떠한가.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정책을 강화하기 때문에 향후 4년은 지난 4년처럼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양축협은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7200억원의 상호금융 대출금 규모에 만족하지 않고 1조원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예수금 규모도 1조원에서 1조3000억원 정도로 키울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면 전국에서 경영실적이 5% 이내에 들어가는 우수한 조합이 될 것이다. 

● 고양축협이 하는 경제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가. 

고양축협의 존재이유는 축산민이 제값 받고 제때 잘 팔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축협은 9사단, 30사단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군납사업도 하고, 고양시 140여 개의 초중고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급식사업도 한다.  

● 고양에는 ‘행주한우’라는 우수한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고양축협이 2007년 상표 등록한 ‘행주한우’는 전국축산물품질평가에서 한우부문 대상을 받는 등 우수성이 검증된 상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주한우’ 브랜드를 육성하는데 미진한 면이 있다. 고양축협도 노력하겠지만 고양시 차원에서도 브랜드를 육성하는데 좀 더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고양시가 의지를 가지고 행주한우를 많이 홍보해주어도 축산농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 

또한 한우, 돼지, 닭, 계란 등을 고객들이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식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복합축산물유통프라자가 마련됐으면 하는 조합원들의 바람이 있다. 고양축협은 복합축산물유통프라자를 구상하고 있지만 고양시의 행정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동력을 얻기가 힘들다. 고양시 행정의 뒷받침을 기대해 본다.  

유완식 고양축협 조합장은 열 살 무렵부터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산은 평생의 업이 됐다.
유완식 고양축협 조합장은 열 살 무렵부터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산은 평생의 업이 됐다.

● 현재 고양시 축산농가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며 이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가장 큰 현안은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다. 고양시에는 적법화를 이뤄야 할 대상농가가 130개 농가 정도 된다. 가축이 늘어나게 되면 현행 허용면적을 넘어서서 축사를 운영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축사의 적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축산농가는 적법화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게 된다. 고양시에서 축사 적법화 대상인 130개 농가 중에서 110개 농가는 적법화가 가능하겠지만 20개 농가는 어려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농가에게 무턱대고 경고장을 날리고 폐업을 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다. 당국에서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 대해 법집행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 축사 적법화 과정에서 축산민들이 겪는 불이익은 어떤 것인가. 

그린벨트 내 축사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축사 적법화 절차에서 배제된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축사 적법화 여부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축사 적법화를 하기 위한 측량, 설계, 개보수 비용이 수 천 만원이 들어가고 절차도 매우 복잡하다. 연세가 드신 분들이나 후계자가 없는 분들은 큰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축산업을 아예 접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을 위해 행정적인 완충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축사 적법화 절차에서 배제되는 축산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조합원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고양축협의 사업량은 큰 데 비해 조합원 수는 적다. 따라서 조합원 한 명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큰 편이다. 다른 조합에 비해 차별화된 지원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교육지원사업 규모가 큰 데, 작년 22억원에서 올해에는 33억원으로 증액해 교육지원사업에 쓰일 것이다. 업무추진비까지 합하면 약 40억원이 조합원들을 위해 쓰일 것이다. 조합원 1인당 어림잡아 500만원 정도의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약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조합 충당금, 직원 복지, 조합원 배당에 고른 비율로 분배할 것이다. 당기순이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기순이익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기순이익이 교육의 형태든 배당의 형태든 사용되어 결국 조합원들이 소득을 증가시키는 데 보탬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