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근 작가의 사진전 ‘DMZ 155miles’는 '인류사에서 절대적인 휴머니즘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 작가는 "왜곡된 휴머니즘이 도리어 엄청난 폭력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춘근 작가의 사진전 ‘DMZ 155miles’는 '인류사에서 절대적인 휴머니즘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 작가는 "왜곡된 휴머니즘이 도리어 엄청난 폭력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고양파주] “지금까지 휴머니즘을 주제로 한 작품이 엄청나게 많다. 그렇지만 나의 작품은 휴머니즘에 대한 작품이 아니라 휴머니즘에 대해 반문하는 작품이다.”

전쟁의 상징인 DMZ와 철조망을 소재로 ‘휴머니즘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작품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인공은 하춘근 작가이고, 전시 장소는 고양시 풍동 까페 애니골에 자리한 갤러리 ‘아트스페이스애니꼴’(관장 김희성)이다.

지난달 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열리는 하춘근 작가의 사진전 ‘DMZ 155miles’는 ‘휴머니즘의 오류’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DMZ라는 역사성을 띤 특수한 곳에서는 인류가 믿고자 하는 ‘휴머니즘’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이 고발의 형식은 다큐멘터리 사진, 영상, 설치물 등 다양하다.

하춘근 작가는 20년째 고양시에서 살고 있는 지역주민이지만 2015년 첫 개인전 이후 처음으로 갤러리 아트스페이스애니꼴에 작품 전시를 하고 있다. 2018년 초 유태열 사진 작가의 작품이 이곳에 전시된 것을 축하하러 온 자리에서 이 전시공간을 알게 됐고, 이후 이곳에서의 작품 전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 작가는 작품전시를 공간을 제공하고 작품의 성격에 맞도록 공간을 손수 재구성한 김희성 관장과 부인인 배순교 대표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다음은 하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휴머니즘의 오류’라고 하는 주제가 의미심장하다. 이것이 작품을 통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휴머니즘은 일반적으로 보편적인 선으로 인식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휴머니즘은 절대선이라고 인식했다. 그런데 DMZ 현장을 가보니 ‘왜곡된 휴머니즘이 도리어 엄청난 폭력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 절대적인 휴머니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의 신념에 의해 왜곡된 휴머니즘이 개별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국이 정의를 외치면서 중동, 아프칸 지역을 공격하는 것도 일종의 왜곡된 휴머니즘이다. 미국은 휴머니즘에 기반한 정의를 외치지만 이것이 결국 전쟁으로 표출된다. 나는 이러한 모순에 의문점을 던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인류사에서 절대적인 휴머니즘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하춘근 작품 '통일촌-1'
하춘근 작품 '통일촌-1'

 ‘DMZ 155miles’라는 연작은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작품의 형식을 다양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진이라는 하나의 형식으로만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다양한 매체를 동원해서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이 이번 전시를 관객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철조망의 경우 사진이나 영상보다 설치 작품으로 전시했을 때 철조망이 가지는 폭력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그냥 생각 속의 철조망이 아니라 실제로 만져볼 수 있는 철조망을 전시함으로써 ‘철조망이 이토록 무시무시한 것’이라는 걸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저기 설치된 철조망을 스치면 그대로 생살이 베어진다. 관념의 철조망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철조망을 날 것으로 설치했다. 날 것의 철조망은 그 자체로 메시지다.

 이번 전시에서 영상이라는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파주 임진각부터 한강이 흐르는 행주대교까지 내려오면서 철조망을 찍은 영상이다. 약 60km를 32분에 걸쳐 촬영했는데 9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이다. 고급기술을 발휘하며 찍은 것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철조망을 담은 것이다. 영상을 통해 이렇게 길게 연결된 철조망이 사실은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전달했다.

이곳에 전시된 사진들 속에 또 다른 띠 모양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사진을 구성한 의도는 무엇인가.

사진 속에 띠 모양의 또 다른 사진이 있는 것은 내 작품의 형식이다. 여기 전시된 사진 작품들은 휴머니즘의 오류를 망각하고 사는 ‘허구적인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사진 속의 띠 모양의 사진은 DMZ의 현재를 담은 단 한 장의 사진이다. 큰 사진은 지금 현재의 사진이기는 하지만 DMZ라는 역사적인 현장을 여러 번 찍은 것을 겹쳐 놓은 사진이다. 수 백 장의 사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응축한 사진인 것이다. 띠 모양의 단 한 장의 사진으로는 DMZ의 역사를 다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더 큰 사진에서 여러 사진을 겹쳐 놓아서 역사성을 담으려고 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4년간 촬영했다고 알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을 이야기하자면.

2015년부터 DMZ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군부대의 허가 철자를 밟아서 DMZ에서 촬영했는데 촬영하는 동안 군인들이 따라다니며 항상 감시를 했다. 그리고 북쪽을 향해서 사진을 찍을 수 없도록 통제를 했다. DMZ 안에서는 예술가의 자유에도 철조망이 져진 것이다.

하춘근 작품 '임진강 기관차'
하춘근 작품 '임진강 기관차'
하춘근 작품 'DMZ 연평도'
하춘근 작품 'DMZ 연평도'
하춘근 작품 '적균묘지'
하춘근 작품 '적균묘지'
생각 속의 철조망은 철조망의 고유 속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화된' 철조망이야말로 철조망이 폭력을 제대로 드러낸다. 하춘근 작가는 날것의 철조망을 그대로 전시함으로써 관람객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철조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날카로운 칼날이 촘촘히 박혀있다.
생각 속의 철조망은 철조망의 고유 속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화된' 철조망이야말로 철조망이 가진 폭력성을 제대로 드러낸다. 하춘근 작가는 날것의 철조망을 그대로 전시함으로써 관람객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철조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날카로운 칼날이 촘촘히 박혀있다.
이번 전시는 다큐멘터리 사진뿐만 아니라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표현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하춘근 작가의 이 영상작품은 파주 임진각부터 한강이 흐르는 행주대교까지 내려오면서 철조망을 찍은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다큐멘터리 사진뿐만 아니라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표현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하춘근 작가의 이 영상작품은 파주 임진각부터 한강이 흐르는 행주대교까지 내려오면서 철조망을 찍은 것이다.
고양시 풍동 까페 애니골에 자리한 갤러리 아트스페이스애니꼴은  지역의 미술 전시공간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춘근 작가의 사진, 영상물, 설치물 등의 작품을 살리기 위해 여러군데 공간을 변모시켰다.
고양시 풍동 까페 애니골에 자리한 갤러리 아트스페이스애니꼴은 지역의 미술 전시공간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춘근 작가의 사진, 영상물, 설치물 등의 작품을 살리기 위해 벽면 색상부터 인테리어까지 여러군데 공간을 변모시켰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