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고양시 7개 농협 중에서 송포농협은 벽제농협과 더불어 새로운 얼굴의 조합장을 배출했다. 34년간 ‘농협맨’으로 살아온 임용식 조합장이 그 주인공이다. 임 조합장은 스스로 “성실함을 인정 받았기에 최말단에서 지점장을 거쳐 상임이사, 그리고 조합장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을 독려하고 조합원의 복리를 키워야 하는 조합장의 위치는 ‘성실’이라는 덕목 하나로는 지탱할 수 없는 자리다. 쇄신을 해야 하는 송포농협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임 조합장의 성실이 아닌 탁월한 리더십이다. 때로는 과단성과 추진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포용성과 융통성이 필요하다. 인터뷰에서 임 조합장은 "성과 미달 시 지점장에 대해 강력한 인사조치를 하고, 매년 5억 이상 적자가 나는 가좌마트를 정리한다"는 말에서 일단 과단성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송포농협 4년’을 책임질 임용식 조합장을 만나서 어떠한 성과를 낼 것이고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고양시 어느 조합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된 임용식 송포농협 조합장은 “수익을 남기지 않는 조합은 잘하는 조합이 아니다”라며 농협의 수익성을 강조했다.
고양시 어느 조합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된 임용식 송포농협 조합장은 “수익을 남기지 않는 조합은 잘하는 조합이 아니다”라며 농협의 수익성을 강조했다.

고양시 어느 조합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됐다. 우선 조합장 선거를 치루면서 느낀 바는 무엇인가.

선거에서 경쟁한 3명 후보들은 모두 후배들이다. 나는 무투표로 당선되기를 원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후배들한테서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다는 느낌도 가진다. 

안타깝다는 것은, 후배들도 물론 조합장이 되기 위한 준비는 했겠지만 조합원들과의 다져온 교감보다는 혈기만으로 선거에 나섰던 것 같아서였다. 미안하다는 것은, 후배들이 ‘상임이사까지 했는데 왜 조합장까지 하려고 하느냐’는 물음을 받아오면서까지 내가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것 같아서였다.  
  
말단에서 시작해 상임이사 역임까지 34년간 농협에서 일해 오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본인의 경험은 무엇인가. 

서류상으로는 내가 1982년 3월 송포농협에 기능직으로 입사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기능직으로 정식 입사하기 전에 청소부 역할과 대외 심부름을 2년 동안 했다. 그래서 36간 농협에서 일해 왔다고 하는 것이 맞다. 기능직으로 입사해서 정미소와 경운기를 담당하면서 조합원을 만나기 시작했다. 송포농협에서 일하던 초기, 내가 지저분한 일을 맡아 해도 동네의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용식이 왔구나, 여기서 밥 먹으라’고 말해주던 그때의 정이 생각난다. 그때는 동네분들과 격의 없이 지냈던 것 같다. 동네분들 서로 잘 알던 시절이었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첨단을 중요시하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틀어지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홍수가 나도 먹을 물이 없듯 정보가 넘쳐도 사람 간 단절이 되면 조직의 융통성이 사라진다. 동네분들이 ‘여기서 밥 먹으라’고 말하던 옛날처럼 나이 든 조합원도 젊은 조합원도 모두 함께하고 모두 정보를 공유하는 조합을 만들고 싶다. 

월 급여 20%를 자진 삭감하겠다는 공약, 조합장에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이 공약을 내건 배경은. 

내가 상임이사로 일할 때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29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 점이었다. 이 여파로 지점도 없애고 직원들에게 줘야 할 보너스도 주지 못했다. 당시 발생한 29억원 적자를 매우기 위해 비축해 둔 사업준비금 중에서 약 2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 나로서는 조합장을 보필해야 할 상임이사 자리에 있으면서 큰 책임을 느꼈다. 나의 월 급여 20% 삭감은 당시 적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스스로 정한 것이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 후보에 따라 여러 분파로 나눠지면서 같은 조합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이 후보들이 각자 끌어 모은 조직을 선거에 동원하다 보면 조합 내에서 반목과 갈등이 생긴다. 내가 한 번만 조합장을 역임하겠다는 약속은 불필요한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과 미달 시 지점장에 대해 강력한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가정에서 아버지가 먹고 놀기만 할 때, 가족의 생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아내든 자녀든 바깥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가정 내 누가 나서서 가족을 부양해야 가족이 존재할 수 있다. 조합도 마찬가지다. 조합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는 직원은 성과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은 경고성 인사조치를 해야 한다. 이러한 인사운용은 온당하고 공정한 것이다.  

향후 임기 4년 동안 반드시 이것만은 이루겠다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결국 성과는 돈으로 나타난다. 수익을 남기지 않는 조합은 잘하는 조합이 아니다. 수익은 조합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고 직원을 운용하는 동력이 된다.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사업은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결국 쓸모가 없다. 

현재 예금액 5144억원 수준을 1조원으로 끌어올리고, 대출액을 3688억원 수준에서 80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내 임기동안의 최대 목표다.  

임용식 조합장은 “송포농협으로부터 그동안 받은 조합원들의 신뢰를 절대 깨트리지 않겠다”는 말로 책임감을 표현했다.
임용식 조합장은 “송포농협으로부터 그동안 받은 조합원들의 신뢰를 절대 깨트리지 않겠다”는 말로 책임감을 표현했다.

매년 5억 이상 적자가 나는 가좌마트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있을 것 같다. 

작년 9월말 대의원과 임원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한 대의원이 ‘가좌마트가 적자라는데 어느 정도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좌마트의 적자는 이를 대충 알고 있었음에도 경영진들이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조합장 출마를 준비하면서 나는 환부를 도려내듯 가좌마트는 과감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좌마트를 정리한다고 하니 두 세 분 정도의 조합원이 반발을 했다. 일부 조합원들을 위해서는 천천히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나는 이 사람들을 설득해 가좌마트 정리를 할 결심을 했다. 가좌마트 주변에는 3개의 다른 마트가 있어서 소비자가 가좌마트를 찾더라도 결국 다른 마트로 가는 경우가 많다. 가좌마트를 가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좌마트는 정리하는 것이 온당하다. 정리된 가좌마트에 대해서는 향후 임대를 하거나 가공공장으로 조성하거나 조합원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조합원 복지와 관련된 주요 공약은 무엇인가.

조합원들에게 무엇을 베풀면 행복해 할까를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조합원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에 부담도 가지고 있다. 

조합원 건강 검진 제도를 개선하겠다. 기존대로 2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하되 농협보조 10만원과 조합원 부담 10만원으로 정기검진을 실행하겠다. 설과 추석 명절에 10만원 상당의 농산물 상품권을 증정하고 매년 조합원 생신 축하선물도 드리겠다. 조합원 자녀 장학금을 200%로 확대하겠다. 

앞으로 발휘할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난관이 있더라도 돌파해내는 카리스마 리더십과 직원들을 챙기는 감성 리더십을 모두 발휘할 것이다. 책임 질 일 있으면 확실히 책임지고, 잘못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리더가 되겠다. 송포농협에서 임용식이 그동안 받은 조합원들의 신뢰를 절대 깨트리지 않겠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