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젖몸살 마사지를 받고 첫 외출은 최윤희 소아과였다.

첫번째 외출인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첫번째 외출인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우리는 총 출동해 보라의 키, 몸무게, 머리둘레 등을 측정하고 최윤희 선생님께 진찰을 받았다. 보라는 큰 문제가 없으나 또래들보다 작기 때문에 열심히 먹고 한 달 후에는 좀 더 자란 모습으로 보기로 했다. 예약을 하고 짧은 외출동안 보라가 보채지 않아서 무사히 집이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온 후 딸은 보라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젖을 물려보고 보라도 계속 어색한 엄마의 젖꼭지를 빨기 위해 애를 써 보지만 조그마한 입에서 계속 빠져나와 힘들어 했다. 딸은 또 그런 보라에게 어떻게든 물려보기 위해 고개를 숙여가면서 애써보지만 서로가 너무나 힘겨운 싸움이었다.

자동유축기로 뽑아낸 모유의 양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동유축기로 뽑아낸 모유의 양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번이라도 더 연습시켜 엄마의 젖을 무는 요령을 찾아주기 위해 계속 젖을 물려봤지만 캥캥거리고 전혀 물지 못했다. 10분을 실갱이 하다가 또 다시 유축한 모유를 한방울 한방울 짜내어 젖병에 담아 먹이곤 했다. 병원에서 유축했을 때보다는 조금씩 양은 늘어갔지만 보라가 젖꼭지를 물어 빨기는 영 힘들어해 안타까운 날들이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보라에게 기필코 모유를 먹이려는 딸이 힘들어하자 하루는 사위가 “그렇게 힘들면 그냥 유축한 것만 먹이고 모자라면 분유랑 같이 먹이자”라는 한마디에 딸은 펑펑 울면서 “내 마음을 아냐고?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이러고저러고 말하지 말고 내버려둬. 어떻게든 모유를 먹일 수 있을 때까지 해 볼거야”하면서 서로 속상한 마음과 섭섭함, 안타까움을 비추며 말다툼도 있었다.

딸은 “언제쯤 제대로 보라가 한 번에 쭉쭉 빨아 먹을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나는 “다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어야 하는데 일단 삼칠일을 지나보자 워낙 작게 태어났기에 너무 힘들어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토닥였다.

그래도 젖마사지 후에는 유축한 양이 많아져서 젖병의 종류와 크기도 조금씩 커지면서 양은 늘어갔지만 딸은 보라가 젖을 빨아 먹기를 원했다. 모유로 직접 수유는 못하지만 그나마 유축기의 힘을 빌려 보라가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요즘은 정말 유축기도 자동으로 세기를 맞추면 알아서 유축해주니 참 편해 보였다. 나는 수동으로 된 빨간 고무 손잡기 유축기로 밖에는 빼내지 못했었는데...

딸의 회사와 사촌조카가 보내준 선물들
딸의 회사와 사촌조카가 보내온 선물들

수유 문제로 실랑이를 하던 어느 날 딸 회사에서 축하카드와 더불어 딸기, 파인애플에 초콜릿을 씌운 달콤한 선물을 축하 풍선과 함께 보내줬다. 딸은 감사의 메시지, 보라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전송해 주었고, 보스톤에 살고 있는 사촌조카 Julie와 Albert에게서 배냇저고리가 들어있는 선물 한 박스도 전달되었다. 출산 전에도 조카 손자인 Aiden이 사용하던 여러 가지 필요한 물품을 커다란 박스에 넣어 택배로 가득 보내주었는데 또 이렇듯 출산 축하선물이 왔다.

많은 친척과 지인들, 그리고 한국에서도 할매, 할배 친구나 지인들의 축하 선물을 엄청 받은 보라는 정말 복이 많은 아이임에 틀림없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딸과 함께 보라의 본 아트(Born Art) 촬영에 도전했다.
딸과 함께 보라의 본 아트(Born Art) 촬영에 도전했다.

아기가 태어나서 5일 전에 찍는 본 아트(Born Art)를 찍어야 한다고 해서 전문사진관에 가면 비용이 비싸서 우리끼리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기저귀만 채우고 회사 친구들이 선물한 수공예 이불위에 보라를 올리고 딸과 나는 사진사가 되어 이것저것 설정하며 찍어보았다.

사진을 찍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요즘 세대가 부러웠다. 하루하루 날짜가 지날 때 사진도 찍고, 하면서 조금씩 살이 붙고 쑥쑥 자라나는 보라의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나는 사진기로 24장이나 36장짜리 비싼 코닥이나 후지필름을 넣어 아껴가며 다 찍고는 현상소에서 현상해 와서 커다란 앨범에 한 장씩 넣어가며 보관해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고, 영상은 백일, 돌 때 친정 오빠가 비디오카메라를 가져와 찍어준 영상만 남아 있는데 정말 모든 것이 많이 변한 세월을 느꼈다.

날짜별로 찍어본 사진들
날짜별로 찍어본 사진들

또 보라가 태어 난지 7~10일째 사진을 찍어봤는데 9일째 되던 날에는 이곳에 눈이 제법 내려 도착한 후 처음으로 인디안레이크파크로 눈 구경도 나갔다 왔다. 눈덮힌 작은 호수엔 오리, 거위, 청솔모만 있고 작년에 보았던 붉은귀거북이는 추워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출산 후 일주일 되던 날 한의사 선생님이 산후 보약을 직접 집까지 배달해 주시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셔서 딸은 빠른 회복을 위해 열심히 복용하기 시작했다. 친한 출산선배 언니의 소개로 젖마사지와 한의원 선생님을 소개 받고 미리 준비한 딸을 보면서 주위에 이렇듯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서 지내는 모습이 기특했다. 

딸과 보라를 위해 만들었던 음식들
딸과 보라를 위해 만들었던 음식들

나는 딸과 보라를 위해 모유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산후조리 음식으로 미역국과 딸이 먹고 싶다는 반찬을 만들어 가면서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해줘도 맛있다는 딸은 아마 나의 손맛이 너무나도 그리웠기에 질리지도 않는지 미역국에 밥 말아서 한 대접씩 먹어 치우면서 보라의 소중한 양식을 계속 생산해 내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이곳은 우유, 달걀,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야채가 저렴하기에 부담 없이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할매로써 솜씨를 발휘하며 딸과 손녀의 영양 공급을 위해 여러 가지 식단을 만들어 보고 있다.

보라는 아직도 배꼽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매일 밤 간단하게 목욕을 시키고, 낮 시간에는 4시간 이상씩 잘 자지만 밤 시간에는 대중없이 자다가 깨서는 젖을 먹고 기저귀 갈고 또 잠들곤 한다. 나와 딸도 보라의 생체리듬에 맞춰 보라가 잘 때 중간중간 쪽잠을 자면서 기운을 차리고 보라의 일정에 맞추어 생활하고 있기에 잠이 항상 부족했다. 얼른 삼칠일이 와서 낮에는 재밌게 놀고 밤에 통잠을 자서 우리 모두 푹 자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보라가 우리에게 와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작은 일상이 가져다주는 소소한 기쁨이 너무 행복하다.
다음 회는 실수를 거듭하면서 '프로 육아러'가 되어가는 과정을 써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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