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올해 2월 고양동에서 거주하는 1급 휠체어 장애인인 정모(29세‧여)씨는 갑작스럽게 복통이 찾아와 인근 병원으로 가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이하 콜택시)를 불렀다. 정씨는 2~3시간 콜택시를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이날은 복통이 심해 오래 지체할 수 없었다. 휴대폰을 통해 평소보다 더 간곡하게 복통이 심하다는 것을 알렸지만 ‘지금 운전원들의 점심시간으로 배차 지연이 되고 있다. 곧 배정을 할 것이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콜택시는 오지 않았고 정씨는 결국 기약 없이 콜택시를 기다리기보다 119구급차를 불렀다. 그런데 정씨가 콜택시를 기다리는 그 시간에 중산차고지와 화정차고지에는 콜택시가 각각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제공하는 콜택시는 남아도는데 반해 교통약자의 이용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고양시는 현재 휠체어 탑승설비가 장착된 콜택시 86대를 운행하고 있다. 이들 콜택시는 중산 22대, 탄현 21대, 백석 21대, 주교 11대, 화정 11대 등 5개의 차고지(대기 주차장)에 나눠 운행되는데, 근무시간대에는 고양시내를 계속 주행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 약자에게 교통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전원은 콜택시 요청이 들어오면 이용자(교통약자)가 있는 위치로 이동한 다음 이용자를 태운 후 목적지까지 주행하게 된다. 목적지에 이용자를 하차한 후 오랫동안 콜택시 요청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운전원들은 경험상 콜택시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지역으로 콜택시를 운전하게 된다. 

고양시 외곽지역 대기시간 2~3시간 훌쩍  

이러한 시스템이다 보니 우선 고양동, 관산동, 송포동 등 고양시 외곽지역의 배차 지연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외곽지역 이용자들은 2~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 고양시 외곽 지역 일원에 추가로 차고지를 지어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고양시 대중교통과 담당자는 “운전원들이 배차를 많이 받았던 지역 중심으로 콜택시를 운전하다보니 인구밀접지역이나 대형병원 근처에서 배차가 빨리 이뤄지고 있다”며 “외곽지역에서 배차가 지연되는 이유는 해당지역에 하차하는 이용자들이 적어 인근을 운행하는 차량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곽지역으로부터 콜택시 요청을 받을 때에는 별도로 전화나 모니터링 등의 수단을 통해 최대한 먼 거리에 있는 콜택시의 배차를 적극적으로 유도 중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양시의 설명과는 달리 차고지에는 이용자가 요청한 곳으로 달려갈 수 있는 콜택시가 항상 여러 대가 대기상태에 있다. 이용자는 콜택시를 원하고 있지만 정작 콜택시는 운행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가령 22대가 배속되어 있는 중산 차고지의 경우, 취재 결과 최근 한 달 사이 최소한 7대의 콜택시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고, 많은 경우에는 10대 이상이 주차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른 4개의 차고지가 중산 차고지처럼 콜택시가 주차되어 있다면, 최소한 고양시의 콜택시의 30%는 주차장에서 아무 하는 일 없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고양시 외곽에 있는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편의 제공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22대가 배속되어 있는 중산 차고지에는 최소한 7대. 많은 경우에는 10대 이상의 장애인 콜택시가 하는 일 없이 주차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8경 중산주차장의 모습으로 이때는 8대의 장애인 콜택시가 주차되어 있었다.
22대가 배속되어 있는 중산 차고지에는 최소한 7대, 많은 경우에는 10대 이상의 장애인 콜택시가 하는 일 없이 주차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8시 45분경 중산주차장의 모습으로 이때는 8대의 장애인 콜택시가 주차되어 있었다.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면서 불편을 겪고 있는 한 교통약자는 “운전원의 1일 운행횟수가 많을수록 보수가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1일 운행횟수가 기록되어 남기 때문에 적게 운행하면 ‘일을 적게 했다’는 인식이 있어 운전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 시스템에서는 운전원들이 단거리 운행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점심시간 등 특정시간대, 콜택시 이용에 상당한 제약 

다음으로 운전원들의 점심 식사시간 대에는 이용자들이 콜택시를 이용하는 데 상당한 제한을 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12시~오후 2시 사이에 콜택시를 요청하는 이용자들은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고양시가 운전원에게 이용자의 요청이 적은 시간대를 스스로 판단하고 이 시간을 선택해 자율적으로 식사시간을 부여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따라서 운전원들은 점심시간에 대한 규율이 없으니 대부분 점심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렇다보니 정오 이후 특정한 시간에는 이용자들이 콜택시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람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낮 12시에 전화하면 ‘점심시간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안내를 받는다”며 “이같은 이용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는 식사시간을 자율적으로 주기보다는 교대로 일정한 식사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수원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경우는 식사시간 공백에 따른 이용자 불편이 없다. 수원시는 06시‧08시‧11시‧오후1시‧오후3시‧오후11시 등 6개조로 교대 근무하는데 각 조마다 식사시간을 다르게 지정하고 있다. 수원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관계자는 “각 해당조의 식사시간에는 다음 조가 콜택시를 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식사시간대에 교통약자의 불편이 없다”고 전했다.   

수원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위해 개인택시도 활용 

또한 휠체어 이용자 전용차량과 비휠체어 이용자 전용 차량의 구분 없이 콜택시가 운행되다 보니 생겨나는 문제점도 있다. 

고양시 대중교통과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고양시 콜택시 이용건수는 18만586건이다. 이중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가 탑승한 건수는 6만5499건(36.3%),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지만 보행장애를 겪는 이용자가 탑승한 건수는 11만5087건이다.  

휠체어와 비휠체어 이용자 각각의 수요에 맞추어 차량이 지원되지 않다보니 콜택시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자는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고양시의 콜택시 86대 전 차량은 예산을 더 들여 휠체어 탑승용으로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운행하는 콜택시는 상당수가 카니발을 개조한 차량이다. 차량의 후열시트 1~2열을 들어내고 휠체어 탑승용으로 개조해 운행하다보니 이용자의 정원에 한계가 있다. 아람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고양시 콜택시는 휠체어 장애인보다 비휠체어 보행장애인을 훨씬 많이 태우기 때문에 일부는 일반차량을 운행해도 된다”며 “모든 콜택시를 휠체어 탑승용으로 개조한 콜택시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데이터를 축적해 왔으면서도 고양시는 이러한 콜택시만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의 콜택시의 1대당 평균 가격은 4229만원이다.  

이에 반해 수원시의 경우는 시장조사를 통해 휠체어 이용자와 비휠체어 이용자의 수요에 맞추어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수원시는 휠체어 이용 교통약자가 이용하는 콜택시 90대 외에 비휠체어 이용자 전용의 일반 개인택시 45대를 병행해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의 콜택시 90대 모두는 휠체어 이용 교통약자 1명 외에 비휠체어 교통약자 3명을 탑승시킬 수 있다. 

수원시는 개인택시 사업자와 도급계약을 맺어 비휠체어 교통약자를 위한 전용으로 택시를 운행하도록 하고 있다. 수원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관계자는 “수원시와 도급계약을 맺은 개인택시 사업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택시사업을 했을 때보다 교통약자를 위해 근무했을 때 더 많은 보수가 돌아갈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택시 사업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택시사업을 했을 경우 대비 115%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보상시스템은 영업건수뿐만 아니라 주행거리, 영업시간에 비례해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