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청춘의 답을 찾다, 고양시 청년 아티스트 ‘시그널’
아픈 청춘의 답을 찾다, 고양시 청년 아티스트 ‘시그널’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01.16 17: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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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그림이야기에서 널 만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거린다. 흔들림에 가지가 더 무성해져 몸통을 떤다. 흔들림의 중심에 서 있는 나무. 청춘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는 나무와 같다.

“예술을 꿈꾸는 청춘들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어려움과 마주하게 되요.”

청년 화가 한승욱 씨는 시그널(시가 있는 그림이야기에서 널 만나다)에서 흔들리지 않을 용기를 얻는다 했다.

화실 ‘그림이야기’를 통해 뭉친 박찬희, 김수현, 김나영 씨는 디자인, 회화, 영상 등 미술 관련 전공자들이다. 시를 사랑하는 다운증후군 김준형 씨와 자폐 화가 김범진 씨까지 더하면 한승욱 작가 말대로 모두가 ‘예술을 꿈꾸는 청춘들’이다. 1월부터는 고등학교에서 무대 디자인을 전공 중인 임지영, 문진경 양도 시그널 회원이 됐다.

많이 크게 느끼는 청춘 예술가들이 고민을 나누어 힘이 되는 자리. 시를 통해 감성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예술’을 ‘미술’로 대화하는 사람들. ‘시가 있는 그림이야기에서 널 만나다’, 그래서 ‘시그널’이다.

시그널 모임에서 자신의 시를 낭송 중인 자폐 화가 김범진 씨

성장하는 청춘의 의미

‘시그널’ 청춘의 키워드는 아픔이 아니라 성장이다. ‘시’를 통해 마음의 통증을 드러내 작품에 담아내는 과정이 부족한 청춘의 시간을 채운다.

매주 금요일, 이들은 요람 같은 화실 ‘그림이야기’에 마주앉아 시 한 편의 낭송으로 오후를 연다. 영감의 소재가 되는 글은 ‘시’가, ‘소설’이, ‘영화’가 되기도 한다. 작업은 대상의 경계, 규칙과 제한 없이 자유롭게 흐른다.

‘한 사람의 노인이 죽게 되면, 그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버리는 것과 같다.’

대표적인 이미지 단편 소설, 마르틴 라퐁의 『파란 앞치마』 한 구절이 주제로 떠올랐다. 작품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먼저다. 『파란 앞치마』는 3주 후 수채화로 완성되었다. 드로잉, 채색 같은 작업들이 흩어졌다가 한 작품 안에 고스란히 모였다.

소설 <파란 앞치마>를 주제로 회원들이 함께 완성한 수채화.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더 즐겁고 결과도 다양하다. 하나의 주제로 작품을 완성하는 시간은 한 달여 남짓.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같이 나누고 싶은 문학이나 영상을 공유하고 매체와 어울리는 표현도구, 재료를 정한다. 2주의 작업을 거쳐 작품이 완성되면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렇게 한 달의 작업이 마무리된다.

“시그널을 통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작업하면서 몰랐던 내 자신을 발견해요. 새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도 무척 즐겁습니다.”

김나영 씨는 내면의 고민들이 고개를 들 때, 이제 두렵기보다 반갑게 마주할 힘이 생겼다. 시그널과 함께 한 1년이 위로가 되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

시그널 회원들의 아트마켓 출품작
지난 12월 29일, 시그널은 1년 간의 작업물의 모아 첫 전시회를 열었다.

통증도 희망이다

지난해 여름, 시그널은 경기문화재단 ‘100up 청년 예술단체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프로젝트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10월 9일 그림이야기 정기 전시회에 목판화, 실크스크린, 고무볼록판화를 출품했고, 12월 17일에는 마을 도서관 북트리에서 공동 아트마켓을 열었다. 회원들은 판화 기법을 이용한 엽서와 편지봉투, 노트 작업, 디지털 프린팅 엽서, 달력, 포스터, 핸드폰 거치대, 컵받침, 다육식물과 도자 화분, 미니 액자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12월 29일에는 시그널 첫 단체전도 열었다. 1년 동안 함께한 작품들 속에 시그널 회원들은 그 무엇에도 자신을 가두지 않는 자유를 담았다.

장애와 사람, 예술의 경계가 없는 ‘시그널’ 에서 회원들은 선물 같은 삶의 온기와 선한 가치를 배운다.

“장애 친구들에게 기술적인 도움을 줄 수는 있겠죠. 그러나 비장애인인 저희가 배우는 게 더 많아요.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의 본질을 느끼고 감동을 받거든요.”

한승욱 작가의 말에서 건강한 청춘을 본다. 몸과 마음의 통증을 함께하니 마음의 파도도 잔잔해졌다. 잔가지 많은 시그널 청춘들의 나무가, 늙은 감나무도 싹을 틔우는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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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2017-01-16 21:47:24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마침 집 근처에 있는데 꼭 한 번 들러봐야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