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겸임교수

(전 청와대 외교보좌관실 행정관)

 

반기문 전사무총장이 봉하마을을 방문하여 권양숙 여사에게 오랜만에 나눌 첫 인사가 무엇일지 필자는 매우 궁금하다.

권양숙 여사를 수행 중인 필자

권양숙 여사는 반기문 장관이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음으로 양으로 반장관을 도왔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의 외교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권양숙 여사는 반 보좌관을 영부인실로 불러 여러 가지 질문과 대화, 상의의 시간을 가지며 반 보좌관의 역할에 대해 자상한 배려의 마음을 전하고 반 보좌관에게 힘을 실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반기문 외교보좌관을 ‘걸어 다니는 외교사전’, ‘쪽집게 외교 가정교사’라고 칭찬하던 배경에는 권양숙 여사가 남편하게 전하는 진심어린 내조의 소리가 작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집트 국빈방문 때의 일이다.

당시 반기문 외무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직 출마를 위해 동분서주하였고,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나날들이었다.

그 날 오후 이집트 영부인과 함께 카이로 어린이 교육문화시설을 방문하던 권양숙 여사가 탄 엘리베이터가 그만 도중에 멈춰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몇 분 만에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권 여사는 이 일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양국의 친선외교를 하러 먼 길을 달려온 마당에 본의 아니게 발생한 이러한 실수로 인해 혹시 잡음이나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 절대로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영부인이었다.

권여사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무사히 양국 영부인 공동행사를 화목하게 유쾌하게 마무리 지었다.

그 날 저녁 국빈만찬도 분주한 일정이 계속되었다.

헤드 테이블에는 한국과 이집트 정상 내외분과 양국 외무장관이 배석하고 있었다.

이라크 파병은 당시 이집트와 한국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외교 현안이었고, 양국 정상은 여러 긴급한 외교현안을 논의하느라 분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 캠페인에 대한 화두는 언급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만큼, 무바라크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많은 토론·숙의하는 금쪽 같이 귀한 시간을 나누고 있었다.

만찬이 끝나고 양국 정상 내외분이 퇴장하는 순간, 권양숙 여사는 갑자기 일행에게 대화를 건냈다.

“반 장관님 잠시만 와보셔요” 양국 대통령은 권 여사의 이야기에 퇴장의 발걸음을 멈추었고, 권 여사는 반 장관을 무바라크 대통령 앞으로 불러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직 후보 출마의 취지를 꼼꼼히 설명하고 이집트의 협력을 당부하는 외교의 순간을 만들어 내었다.

권양숙 여사는 그렇게 반기문 장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가능한 모든 순간마다 국익에 도움이 될 영부인으로서의 노력을 다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10년의 유엔외교를 마무리 짓고 고국에 돌아온 반기문 전총장에게 권양숙 여사는 무슨 이야기를 전할지 몹시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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