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박정구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인터뷰를 불편해했다. 2월 1일자로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직에 연임됐다고 알려졌지만, ‘연임’이라는 표현을 못 마땅해했다. 전 재단 대표이사의 잔여임기 11개월 동안만 대표이사직을 맡아왔고, 이번에 다시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 됐으나 임기가 1년이기 때문이었다. “소신껏 일하기에는 1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말도 했다. 

이러한 아쉬움 때문에 인터뷰 초반에는 다소 경직된 얼굴 표정이었만, 곧 146억원의 1년 출연금을 받는 조직의 수장으로 돌아와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재단이 과도기를 거쳐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기 시작했음은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박 대표이사가 자평한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만큼 이제 재단 본연의 역할이 탄력을 받아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박 대표이사는 단순한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를 교육장이나 일반 행사장으로 쓰였던 관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바꾸겠다는 의지를 모였다. “교육장이나 일반행사장으로 쓰인다면 단순 활용도 이전에 재단 기능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는 말에서 부드러운 외모 이면에 있는 강단도 읽을 수 있었다. 다음은 박정구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2019년 고양문화재단이 받는 1년 출연금은 146억2949만원이다. 박정구 대표이사는 고양시로부터 받는 이 출연금의 쓰임이 정당하려면 “재단이 시민을 중심으로 놓고 역할을 해야한다”는 말을 했다.
2019년 고양문화재단이 받는 1년 출연금은 146억2949만원이다. 박정구 대표이사는 고양시로부터 받는 이 출연금의 쓰임이 정당하려면 “재단이 시민을 중심으로 놓고 역할을 해야한다”는 말을 했다.

- 11개월간 재단을 끌어오면서 의미있는 변화를 이뤘다는 평가도 있다.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무엇보다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던 것은 바로 조직개편이었다.  조직갈등의 책임이 있었던 과거의 2개 본부 체제를 뜯어고쳤다. 본부를 없애는 대신 조직을 팀제로 전면 개편했다. 팀도 9개에서 6개로 줄였다.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흐름이 빨라지게 된 것이다.  

또한 직원들로 하여금 희망부서를 제출하게 해서 최대한 이를 반영시키려고 노력했다.  과거 인사시스템은 속된 말로 '개판'이었다. 직원 개인마다 적성에 맞는 일이 있는데 엉뚱한 일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제는 희망부서와 조직 내 경력에서 동떨어진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이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 

- 재단의 수익성과 공익성이 충돌한다면 어떤 원칙에 따라 재단을 운영하겠는가.

수익성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공익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생색을 내기에도 수익성에 치중하는 것이 낫다. 그렇지만 재단이 수익성을 목적으로 존재한다면, 재단에게 좋을지 모르겠지만 시민들에게 반드시 좋다고 볼 수 없다. 갑을관계라는 표현이 거칠지만,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대관하는 문제에 있어서 재단을 갑으로 시민을 을로 볼 수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다. 대관에 의한 수익성만을 추구할 때 이 관계를 바꾸기 어렵다. 공연과 전시 수익을 대관 수익이나 주차 수익보다 압도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재단이 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시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말이다. 너무 당연해서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시민을 중심에 놓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시민이 갑이라는 말이다.   

박정구 대표이사는 단순한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를 교육장이나 일반 행사장으로 쓰였던 관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바꾸겠다는 의지를 모였다.
박정구 대표이사는 단순한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를 교육장이나 일반 행사장으로 쓰였던 관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바꾸겠다는 의지를 모였다.

-  아직도 황량하다는 느낌이 일 정도로 어울림누리나 아람누리의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데.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 공간을 교육장이나 일반행사장으로 쓰는 것은 되도록 지양하고 싶다. 또 그래야 한다. 물론 시민들의 적지 않은 저항이 있을 것이다.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의 수준 높은 시설에 걸맞는 공연을 유치하지 못하고 교육장이나 일반행사장으로 쓰인다면 단순 활용도 이전에 재단 기능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시민들이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 공간을 활용하는 데 있어 문턱을 낮춰라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고양시민들의 문화수준과 욕구는 타도시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도 알고 있다.  수준 높은 공연을 유치하는 문제와 시민들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문제는 엄격하게 구분돼야 한다.   

- 재단이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공연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단 직원들은 창작 공연을 만들 충분한 역량이 있다. 현실적으로 예산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문제다. 재단 자체 창작공연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외부 전문가와 협력 체제를 통해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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