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박사는 건기연에서만 연구경력 20년을 헤아린다. 그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횡단보도 사고방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보행자 충돌방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종훈 박사는 건기연에서만 연구경력 20년을 헤아린다. 그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횡단보도 사고방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보행자 충돌방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미디어고양파주]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보행자 사망사고 중 도로 횡단 중 사망자가 52.9%에 달한다. 지난해 서울시의 ‘차 대 사람 사고’ 중 절반은 무단횡단이 원인이었고,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의 사망 비율이 높았다. 횡단보도 발생 사고 중 사망자 비율은 14%에 이른다. 최근에는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들의 횡단보도 교통사고율도 부쩍 높아졌다. 심지어 스마트폰만 보다가 고라니처럼 교통사고를 당하는 ‘폰라니(스마트폰+고라니)’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이처럼 높아져가는 횡단보도 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그래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 김종훈 박사 연구진이 횡단보도에 접근하는 차량의 감속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시스템은 차량 운전자에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음을 신속하게 알리는 동시에 보행자에게도 차량의 접근을 3중으로 경보하는 시스템이다. '차세대 보행자 충돌방지 시스템'라고 불리는 이 장치를 주도적으로 개발한 김종훈 박사를 만났다. 그는 건기연에서만 연구경력 20년을 헤아리고 있다. 다음은 김 박사와 가진 일문일답이다.  

- 우선 이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보행자 안전은 늘 중요시되었다. 그렇지만 대부분 교통안전은 차량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가령 차량 운전자가 도로의 제한속도가 얼마인지 확인하고 어느 만큼의 속도로 줄여야겠다고 인지하는 과정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안전 측면에서 보면 수동적이고 한계가 있다. 
이제는 보행자 중심으로 안전체계가 변해야 한다. 운전자는 보행자가 어느 정도 거리에 있음을 인지하고, 보행자 역시 차가 오고 있음을 인지해서 운전자와 보행자가 쌍방향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시스템 개발은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안전을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 건기연 내부에서 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기간은 어느 정도였는가.

이 시스템의 필요성은 2년 전부터 제기되어 개발을 위해 고민해왔다. 연구팀이 실제로 개발을 착수한 것은 지난해 2018년부터다.   

- 차량 운전자에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음을 신속하게 알리는 동시에 보행자에게도 차량의 접근을 3중으로 경보하는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차량 운전자가 안전을 확인하는 측면에서는, 1차적으로 열화상 카메라가 보행자가 있음을 감지하면 이를 횡단보도 양 측면에 깔린 LED 바닥경광등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2차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으로부터 30m까지 차량이 접근할 경우, 도로전광표지판이 작동해 운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LED 바닥경광등은 도로를 가로질러 횡단보도 경계 양측 면을 따라 켜진다. 2차로 기준으로 한 쪽 측면에 5개씩, 양측면에 10개씩 LED 바닥경광등이 설치된다.  

보행자 측면에서는, 차량이 접근할 때 횡단보도 바닥면에 경고 이미지가 뜬다. 보행자가 확인할 수 있는 경고이미지는 횡단보도 중앙 바닥면을 통해 볼 수 있다. 또한 스피커에서는 ‘띵동 차량이 접근 중입니다’라는 음성 메시지가 울린다. 그리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는 진동이 울린다. 이처럼 보행자는 시각, 청각, 촉각 등 3중으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 

횡단보도 사고가 많이 발생한 곳, 과속방지턱이 없는 곳, 비신호 교차로인 곳 중심으로 보행자 충돌방지 시스템이 설치될 수 있다. 김종훈 박사는 "하나의 횡단보도에 보행자 충돌방지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1500만원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횡단보도 사고가 많이 발생한 곳, 과속방지턱이 없는 곳, 비신호 교차로인 곳 중심으로 보행자 충돌방지 시스템이 설치될 수 있다. 김종훈 박사는 "하나의 횡단보도에 보행자 충돌방지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1500만원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 이 시스템이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열화상카메라, 횡단보도 바닥의 LED등, 횡단보도 주변 스피커 등이 필요하다. 설치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시스템 개발을 함께 했던 ‘아이티에스뱅크’라는 고양시의 한 기업에 필요한 장비 제작을 의뢰했다. 하나의 횡단보도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는데 1500만원 정도 소요된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한 명 발생할 때 사회경제적 비용이 5억4000만원으로 산출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시스템을 설치할 때 생기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연간 12억1000만원으로 추정된다.   

- 모든 횡단보도에 이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횡단보도에 이 시스템이 더 효율적인가. 

비교적 주행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원활하게 주행할 수 있는 지방부도로의 횡단보도에 설치하면 효율적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지방부도로에 구축하게 되면 사람이 있을 때만 차가 멈추도록 하면서 주행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또한 비신호 교차로의 횡단보도에서도 효율적이다.   

- 고양시가 올해 안으로 횡단보도 4곳에 이 시스템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디에 설치되며 무엇을 기준으로 선정하는가. 

 지난해 10월 일산백병원 앞에 시범적으로 보행자 충돌방지 시스템을 설치했다. 다음주부터 이 시스템을 설치할 후보군에 대해 실사를 할 예정이다. 통계적으로 횡단보도 사고가 많이 발생한 곳, 과속방지턱이 없는 곳, 비신호 교차로인 곳 중심으로 후보군을 선정했다.  

- 이보다 진화된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나.

연구자 입장에서 100% 만족하지는 않는다.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더 추가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네비게이션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통해서 차량 자체 내부에서 물리적으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추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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