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인] 30년 토치 전문 생산 배남열 사장
[고양인] 30년 토치 전문 생산 배남열 사장
  • 이병우 기자
  • 승인 2019.01.2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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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치 7개 연결한 획기적 화염제초기 개발
30년 토치전문 생산 노하우 응축된 특허품 
풀씨까지 태워 잡초의 발아를 억제하는 효과
장항동 생산공장 운영, 일산농협 조합원이기도 

[미디어고양파주] 부탄가스통을 연결해 불을 붙일 때 사용하는 토치(torch)는 이제 흔히 접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다. 야외에서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레저용 토치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잡풀이나 해충을 제거하는 농사용 토치까지, 각 용도에 맞춰 출품되는 다양한 토치는 그 시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고양시 장항동에서 토치를 생산하는 배남열(63세) 사장도 토치시장에 뛰어든 지 30년 되는 베테랑이다. 이 30년은 남들이 생각 못한 기발한 토치제품을 개발하고, 고양시를 비롯한 전국의 판매처에 판매 루트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한 세월이었다. 그는 장항동에 제품 창고와 토치 제작공장 등 3개동의 컨테이너 하우스와 4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토지주문제작 전문업체 ‘planG(플랭)’의 대표다. 대부분의 금형제작과 부품제작은 외주를 통해 이뤄지고, 이곳 공장에서는 부품을 절단하고 조립하는 공정을 주로 한다.     

고양시 장항동에서 토치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배남열(63세) 사장은 30대 초반부터 30년 넘게 한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현재 일산농협 조합원이기도 하다.
고양시 장항동에서 토치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배남열(63세) 사장은 30대 초반부터 30년 넘게 한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현재 일산농협 조합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배남열 사장은 최근 LPG가스에 토치 7개를 나란히 연결시킨 장치로 화염을 분출시켜 잡초를 죽이는 화염제초기를 개발했다. 이 화염제초기는 10kg의 LPG가스를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풀씨까지 태워 잡초의 발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제초제 사용 금지로 학교 운동장에 잡초가 급격히 증가해 쾌적한 교육환경을 저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긴요하게 쓰일 수 있다. ‘C-토치 확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화염제초기는 실제로 전라북도 진안교육청에서 의뢰가 들어와 개발했다. 물론 경기테크노파크로부터 디자인과 기술 지원을 받아 개발하기는 했지만, 이번 개발은 배 사장이 다년간 축적한 토치생산 노하우와 경험에 힘입은 바 크다. 30년 전통 토치 전문생산 업체 ‘planG(플랭)’은 화염제초기뿐만 아니라 원터치로 자동토치되는 K-1, LPG 토치, 에어건, 특수볼트와 너트도 생산한다. 

배 사장이 최근 개발한 화염제초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화염제초기는 LPG가스에 토치 7개를 나란히 연결시킨 장치로 화염을 분출시켜 불필요한 잡초를 죽인다.
배 사장이 최근 개발한 화염제초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화염제초기는 LPG가스에 토치 7개를 나란히 연결시킨 장치로 화염을 분출시켜 불필요한 잡초를 죽인다.

충북 영동이 고향인 배남열 사장은 친구의 권유로 무작정 토치 생산에 뛰어들었다. 야간 대학을 졸업한 후 회사도 다녀보고 장사도 해봤지만, 토치 생산만큼 좋은 아이템이 없다는 생각에 귀가 솔깃해졌던 것이다. 30년 전, 국내에 토치가 그다지 생산되지 않을 때 남보다 빨리 뛰어들어 시장을 개척하면, 토치의 국내 보급은 해볼 만한 승부수였다. 처음에는 서울 종암동에서 사업체를 일으켰는데, 이 사업체가 지금의 ‘planG(플랭)’ 전신인 우남 토치였다. 국내 토치생산 초창기만 하더라도 시장을 선점하던 우남 토치는, 그러나 후발주자였지만 무섭게 시장을 장악해가던 코베아에 밀리기 시작했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1999년 서울에서 고양시 장항동으로 사업체를 옮긴 배 사장은 1999년 일산농협으로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고양의 농가를 대상으로 한 농업용 토치 개발로 사업체 중흥을 노린 것이다. 

배남열 사장이 토치 중에서 가장 작은 편에 속하는 일명 ‘막토치’를 다루고 있다.
배남열 사장이 토치 중에서 가장 작은 편에 속하는 일명 ‘막토치’를 다루고 있다. 사진에서는 막토치의 과다한 가스 흐름으로 인해 역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배 사장은 이를 방지하는 토치인 K-1 등을 개발했다. 

“서울의 답십리와 영등군 두 군데, 그리고 지방 몇 군데 도매상에 납품을 하고 있어요. 젊은 시절부터 발로 뛰어 닦아놓은 곳이죠. 부산에 한 번 가기 위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다음날 새벽 2시에 돌아오던 시절도 있었어요. 30년 전에는 토치사업을 하던 곳이 2~3개 사업체뿐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코베아가 빠르게 시장을 점유했고 저희 회사는 뒤로 밀린 셈이죠. 다 제 탓이죠, 뭐.”라고 말하는 배 사장의 목소리에는 옅은 회한이 묻어있었다. 

배 사장은 토치 생산에 뛰어든 이후 가장 힘들었던 때가 ”지금부터 약 3~4년 전에 매출은 안 올라가고 직원들이 속 썩일 때“라고 말했다. 매출이 조금 늘어나려고 하면 남자 직원들은 직장을 그만두기 일쑤였다. 스스로 힘들어해서 그만두기도 했지만, 음주에다 결혼 문제 등으로 말썽을 피우는 직원들을 더 이상 고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역발상으로 여자직원을 채용해볼까 생각했지만, 아내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기계를 만지는 거친 일에 여자는 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아내의 주장이었다.   

매출이 안 오르고 직원들이 그만두는 일 외에 아들과의 갈등도 배 사장을 힘들게 했다. 군을 제대한 아들을 후계자로 정하고 사업체를 맡길까 했는데, 사업 안팎의 여러 갈등만 키우게 됐다. 결국 토치 생산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한 아들은 사업과 영 거리가 먼 길을 갔다. 비록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아들은 지금 조선대학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는 의젓한 의학도가 됐다. 

토치를 만들기 위해 부품을 절단하고 조립하는 공장. 이 곳에서 생산한 토치는 서울의 답십리와 영등군 두 군데, 그리고 지방 몇 군데 도매상에 납품하고 있다.
토치를 만들기 위해 부품을 절단하고 조립하는 공장. 이 곳에서 생산한 토치는 서울의 답십리와 영등군 두 군데, 그리고 지방 몇 군데 도매상에 납품하고 있다.

배 사장은 지난 30년 동안 한 번 정도쯤은 사업을 전환하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저는 아무리 어려워도 이 사업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우리나라 경제의 주축이 서비스업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조업은 그래도 살아있어야 하니까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궂은일을 해야, 그래야 나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죠”라며 웃었다. 

배 사장은 보다 우수하고 획기적인 토치생산을 위한 연구·개발공간을 가지고 싶어한다. 또한 연구인력과 전국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전문 영업인력을 포함해 직원 15명 규모의 회사로 키우고 싶어한다. 이러한 꿈은 토치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30년 동안 가진 꿈이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 토치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코베아를 비롯한 경쟁 업체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연구개발에 몰두할 사람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남열 사장의 30대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반평생은 숱한 실험과 시행착오, 그에 따른 좌절, 그리고 신제품을 개발했을 때의 새로운 용기로 점철되어 있다. 현재 제품 디자인, 연구, 생산관리, 판매처 개발, 배달 등 모든 일을 대부분 배 사장 혼자서 하고 있다. 배 사장의 뚝심이 없었으면 꺼꾸러졌을 법한 고비도 수차례였다. 아내인 김경미(61세)씨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라고 말하는 배남열 사장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의 생애는 토치 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과 닮은 데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30년 전통 토치 전문 생산업체 플랭(우남)
연락처 010-3778-8202/031-908-8202

배남열 사장은 장항동에 제품 창고와 토치 제작공장 등 3개동의 컨테이너 하우스와 4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토지주문제작 전문업체 ‘planG(플랭)’의 대표다.
배남열 사장은 장항동에 제품 창고와 토치 제작공장 등 3개동의 컨테이너 하우스와 4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토지주문제작 전문업체 ‘planG(플랭)’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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