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미디어고양파주] 최근 미국의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1월 중순까지 못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려 하고, 이것을 미국연방의회(하원)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이고, 미국 하원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당선자들이 대거 당선되어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여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한 결과이다.

지방정부에도 시장과 의회가 있다. 시장이 대통령과 같이 행정부의 수장이라면, 지방의회는 입법부이다. 시장과 지방의회가 대립할 수 있다. 이를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라 한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임기가 정해져 있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권한을 유지한다. 대통령과 국회가 대립하면 새로운 선거로 뽑기 전까지 유일한 해결책은 상호 타협하는 것이다. 타협하지 않는다면, 예산도 법률안도 모두 중단된다. 이것이 교착상태이다. 지방정부도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대립하여 교착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특히, 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의 정당이 다른 분점정부일 때에는 가능성이 커진다.

정치사에서는 이러한 교착생태가 잘 해결되곤 했다. 바로 단체장과 의회의 리더쉽이 해법이었다. 단체장과 의회의원들이 시민을 생각하고, 서로 타협을 하려 한다면 교착상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각자 자기의 입장을 주장하면 교착상태는 해결할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도에 있었던 서울시와 경기도의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대응이었다. 서울시는 민주당 의회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립하여 결국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를 통해 무상급식과 자신의 신뢰를 함께 걸었고, 결국 그는 시장직을 사퇴하였다. 반면에 경기도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와 한나라당소속의 김문수 지사가 타협을 했다. 무상급식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지역 농산물 지원 예산이라고 명칭을 바꾸고, 연도별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점차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점진적 방식에 동의한 것이다.

대의제는 대표자가 시민을 대표하는 민주주의이다. 대표자들, 선출직 정치인들, 단체장, 지방의원, 국회의원 대통령, 도시자들이 대립하면 실제 사실보다 대립이 증폭되고, 이들이 타협하면, 시민의 삶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미국 헌법을 만든 사람 중 하나인 제임스 메이슨(James Madison)은 대표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공공선에 가까워 진다고 생각했다(당시에는 시민의 교육수준이 낮았기 때문). 즉 공화제의 republic은 공공선을 의미하는 public과 한번 더 라는 re가 결합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엘리트가 한 번 더 생각하여 공공선에 가까워지는 것이 대의제라 설명했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정치인들은 공공선보다는 특정 이익(개인이나 정파의 이익)을 주장하였다. 이때 정부의 교착상태가 발생하고, 정부기능이 중단된다.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라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정치인 개인의 지도력 역시 중요하다.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타협하는 훌륭한 정치인, 평화의 중재자들이 우리의 대표자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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