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2018년 12월 국회는 선거제도 개편논의가 한창이다.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다른 소수당과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는 단식까지 하며 개편을 주장하고, 정의당의 당대표도 동조단식을 했다.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대표는 추운날 거리에 시위를 나섰다.

왜 소수당들은 “비례성”을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사활을 건 것일까? 그것이 소수당에 대한 의석 확대에 목적이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비례성을 높이게 되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거대 정당에게 배정되었던 보너스 의석이 소수정당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례제도의 기계적 효과를 만드는 4가지 요소를 알 필요가 있다. 같은 비례제라도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주시하여야 한다.

첫째, 의원정수이다. 비례로 배정하는 의원정수가 많아지면 비례성이 높아진다. 현재 국회는 299명중 47명을 정당들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의석을 배분한다. 만약, 비례 배정 의석을 100석으로 늘리면, 1% 득표율로 1석을 배정받는다. 비례의석이 200석이라면 0.5%로 1석을 얻는다. 300명 전체를 비례의석으로 배정하면, 0.34%가 의석 배정 기준이 된다. 반대로 비례의석을 10석으로 줄이면, 10%가 배정 기준 비율이다.

두 번째는 권역별 선거구인가 전국 선거구인가이다. 현재 국회의 47석을 전국을 하나의 비례선거구로 하여 배정한다. 만약, 47석을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4개 권역으로 나누면, 평균적으로 한 권역당 11.75석(중 12석)으로 줄어든다. 권역별 선거구는 비례로 배정되는 의석를 줄인다. 그 결과 의석 배정 기준이 높아져 소수당이 의석을 받기 어렵게 된다.

③ 세 번째는 의석배정 방식이다. 의석배정방식은 미묘한 차이로, 소수당에 대한 의석 배분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의석배정방식은 당선 쿼터를 계산한 후, 쿼터로 나눈 수를 비교하여 의석을 배정하는 “최대나눔수방식(largest remainder method)”과 1, 2, 3, 4와 같은 정수로 나눠 평균을 비교하여 큰 수에 의석을 배분하는 “최고평균수방식(highest average method)”이 있다. 최대나눔수방식은 전체투표수를 의석수로 나누는 쿼터를 정하는 헤어방식(Hare Quota=전체투표수/의석수)과 전체투표수를 의석수+1로 나누는 드롭방식(Droop Quota=전체투표수/1+의석수) 방식이 있다. 헤어방식이 소수당에 유리하고, 드롭방식은 다수당에 유리하다. 쿼터가 클수록 큰 정당의 득표를 나누는 효과가 커서, 소수당에게 의석이 배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대나눔수방식은 나눔수를 “1, 2, 3, 4, ---”와 같은 자연수로 나누는 “동트방식(D’Hondt method)”과, “1, 3, 5, 7, ---”와 같은 홀수로 나누는 “상트-라게 방식(Saint-Lague method)”이 있다. 동트방식은 큰 정당에게 유리하고, 생트-라케방식은 작은 정당에게 유리하다. 큰 수로 나누면, 큰 정당의 특표수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④ 마지막은 소위 봉쇄조항으로 호칭되는 비례의석 활당기준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비례의석 활동 기준 비율은 3%이고(「공직선거법」 제188조), 지방의원은 5%이다. 봉쇄조항을 높이면, 그 이하 비율을 득표한 소수당의 표는 사표가 되고, 의석은 거대정당에게 돌아간다.

위의 4가지 기계적 요인 중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비슷한 원리이면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소수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하여 299석 전석이 비례로 배정되길 희망한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거대정당이기 때문에 권역별 비례제를 주장하여 비례로 배정되는 의석 총수를 줄이려 한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연동형보다는 병렬형을 주장한다. 병렬형은 현재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같이 299석 중에서 비례의석을 47석만 비례로 배정하고, 나머지 252석은 단순다수제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비례제와 단순다수제를 분리하여 따로 따로 병렬적으로 적용하면, 비례로 배정되는 의석수는 대폭 축소된다.

결국, 2018년 12월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의 쟁점은 비례로 배정되는 의석수이다. 쟁점은 ① 비례제를 전체로 확대하는 연동형 비례제로 할지 아니면 현재의 병렬형으로 유지할지 ② 연동형을 도입할 경우, 권역별 연동제로 할 것이가? 아니면. 전국 선거구를 단일선거구로 할 것인가 여부, ③ 의석배분방식은 의석수 총수의 효과에 비하면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헤어쿼터방식에 큰 이견 없이 조율될 수 있을 것이다. ④ 봉쇄조항은 녹색당과 같이 국회에 진입하고자 하는 극 소수당에게 매우 중요하다. 현재 선거법 논의의 한 축인 소수당들, 바른정당, 정의당, 그리고 민주평화당은 현재 3% 기준을 초과하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낮출 이유가 없다. 한국 정당사에서는 여당 뿐아니라 제1야당이 기계적 효과를 독점한 사례가 많이 있었다(1인 2인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대표적임). 소수당들이 거대정당들에게는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극소수정당들에게 보수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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