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윤명희 파주 중앙도서관장이 도서관장의 직책을 수행하게 된 것은 2014년 교하도서관이 파주시 직영으로 전환되면서다. 경기도 대표이자 대한민국 모범 사례로 회자될 만큼 규모나 운영면에서 독보적인 파주 도서정책의 명성은 윤 관장의 공공성의 가치 위에서 꽃을 피웠다.

윤명희 파주중앙도서관장
윤명희 파주중앙도서관장

1994년 파주 최초의 도서관인 금촌동 문산도서관의 직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윤 관장은 도서관과 함께 24년을 성장했다. 파주시가 현재의 파주 북부의 ‘중앙도서관’과 남부의 ‘교하도서관’ 두 거점도서관 체제로 전환하며 비상하기 시작한 때는 2010년에 윤 관장이 도서관정책팀장직을 수행하면서다.

그리고 파주시 전체의 도서관 균형 발전의 판을 짰다. 도서관 정책을 ‘운영’과 ‘정책’부문으로 이원화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파주 북부와 인구 밀집지역인 교하·운정의 남부에 균등한 도서관 망을 기획했다. 파주시는 현재 14개의 공공도서관이 시민의 일상과 연계된 지역의 정보와 교육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MGP : 파주시 도서관조직 개편 당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어땠나.

윤명희 파주중앙도서관장(이하 윤 관장) : 파주시 곳곳에 누구나 이용가능한 도서관을 만들고 , 도서관을 중심으로 책읽는 시민들이 많아지게 하는 것이었다. 정책팀이 꾸려지면서 아마 두 달마다 새로운 도서관을 개관했다.

중요한 정책의 중심 가치는 ‘공공성’에 두었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이 쉽도록하기 위해 촘촘한 그물망처럼 도서관의 위치를 정했다. 폐교, 경로당, 면사무소 등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군인을 위한 병영도서관도 12개를 만들었다.

이후 시와 유관기관의 관심이 높아졌고 도서관 정책 관련 조례인‘독서문화진흥조례’를 만들고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시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갔다. 중장기 시행방향을 위해 도서관인프라 확대와 도서관이 시민 일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독서진흥’연구용역을 실시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였다.

MGP : ‘운영’방식에도 차별성을 두었다고 했다. 2014년 교하도서관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많았다.

윤 관장 : 도서관의 직원 채용도 중시하여 정책팀을 1과 5팀에서 2과 9팀으로 직제를 변경했다. 직영체제를 통한 우수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였다. 사서도 12명 증원했다. 남부와 북부에 권역별 거점 도서관인 교하와 중앙도서관으로 신도심과 원도심으로 나누어 주민의 요구(needs)를 반영한 운영방식을 채택했다.

교하도서관은 ‘사서는 도서관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우선 전문 사서 17명을 채용했다. 도서관 시설 운영은 전국 최초로 *BTL(Build-Transfer-Lease, 임대형 민간투자사업)방식으로 외부 아웃소싱 업체에서 수행했다.

*BTL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의한 민간투자사업 방식의 하나이다. 민간의 자본으로 건립하여 시설물의 혜택을 시민들이 받게 하고 공공기관에서는 일정기간 동안 민간에 갚아나가는 방식.

사서는 시설 관리 운영 업무에서 벗어나 방문 독자의 성향, 나이, 성별의 그룹별 전문 담당 사서를 배치시키는 이용자 중심의 조직으로 바꾸었다. 점차 사서와 이용자와의 관계를 깊어졌고, 시민의 만족도는 이에 비례했다. 더불어 회원 수와 방문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사서와 이용자와의 상호작용과 관계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도서관은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

해마다 열리는 개관 기념 행사를 동네사람들과 함께 하는 마당으로 기획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각종 프로그램은 시민들과 함께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자료에 기초로 구성했다.

MGP :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지난해 박사학위도 받았다. 도서관 정책과 운영에 남다른 시각이 반영됐을 것 같다.

윤 관장 : 석사 때는 시민이 지지하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서 현재의 ‘관료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공공도서관 조직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중심의 조직으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조직형태를 최초로 구현해 본 것이 바로 교하도서관이었다.

박사 때는 조직이 변하고 이용자가 많아졌는데, 정작 사서들은 얼마만큼 고민하고 성장하고 있는가? 이런 문제를 기초로 사서직의 전문성에 대해 묻고 이를 따져 보려 했다. 그래서 지금도 도서관 조직에서 관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바로 ‘직원들의 성장’이다.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조직과 그런 조직을 이끄는 관장의 리더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도서관 업무에 임하느냐는 도서관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공부하면서, 도서관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책을 매개로 이웃이 만나고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도서관은 조용히 공부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책을 매개로 생각하는 시민들이 교류하고 만나는 역동적 공간이어야 한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해 가는 세상에서 도서관은 인간 존재의 본성이 가치로워질 수 있도록 자아를 확인하고 소통과 관계를 통해 시민의 힘을 만들어 가는 곳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지금보다 더 유연해지고, 더 많은 협력의 관계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동서양의 도서관은 왕이나 귀족, 성직자 등 일부 계층만을 위한 것이었다. 특권층 이외는 지식에의 접근성이 제한되었다. 시민사회가 등장하면서부터 공공도서관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초기의 모습은 학습욕구 해결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사회변화에 따라 현재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늘의 도서관은 일상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의 존중, 관계맺기, 소통과 새로운 상상이 가능하게 하는 곳이다. 이러한 가치위에 중앙도서관의 비전은 시민이 만나고(contact), 소통하고(comunicate), 창조하자(create)다.

‘이용자 중심’의 가치를 중심으로 사서의 이용자 대면 서비스 강화를 통해 니즈를 정확이 읽어내도록 했다. 문헌정보학이나 도서관학을 전공한 전문 사서들이 포진되어 있기에 가능했다. 이것이 파주도서관의 자랑이고 자부심이다.

‘이용자 중심’서비스를 위해 사서가 도서관에서만 이용자를 만나지 않도록 했다. 기능과 외연의 확장을 시도했다. 사서가 현장으로, 지역사회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중앙도서관에서는 바로 이런 ‘아웃리치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장 방문으로 도서관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홍보 담당자는 소셜미디어와 소식지를 통해 도서관 활동을 알리도록 했다.

파주 북부 거점 도서관인 중앙도서관 외관
파주 북부 거점 도서관인 중앙도서관 외관

MGP : 파주 북부 중앙도서관을 책임지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많았다던데.

윤 관장 : 교하도서관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는데, 8주년을 준비하다가 중앙도서관으로 발령받았다. 10여 분 거리지만 이곳은 신도심의 교하와 중앙도서관의 원도심은 지역요구에서 다른 점이 많았다. 도서관 시설과 운영방식, 이용자, 지역 정서 등이 달랐다.

중앙도서관은 교하도서관에 비해서 시설은 낙후되었고, 시설관리, 공부방 운영, 각종 행정업무가 많았고, 파주시 전체의 서버관리, 상호대차서비스(책배달서비스), 이동도서관 서비스까지 하고 있었다.

7천5백 예산을 4배 가까이 증액 편성하여 기존 경로당 분위기를 책들이 환대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리뉴얼 기념 공연을 진행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활용했다. 시민들은 물론 직원들도 도서관이 이렇게 다양한 것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매월 ‘라이브러리’ 소책자를 발행해 직원의 협업 플랫폼으로 이용하면서 주민에게는 중앙도서관의 활동을 알리는 창구로 이용했다. 사서는 누구나 자료를 보고, 이용자를 만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직접 이용자를 만나는 직접서비스를 강화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도서관에 올 수 없는 이용자를 위해서는 찾아가는 아웃리치 서비스도 확대하였다.

강연은 외부 인사의 강연보다 무대 위 강연자와 전시의 주체는 내 삶을 이야기하는 주민이 주도하도록 했다. 유명인사의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닌, 내 이야기를 내 이웃과 내 삶터에서 공유하며 지혜를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성공적이었다. 평생 도서관을 한 번도 오지 않았던 분들이 도서관을 경험하기 시작했고, 도서관의 변화를 격려해 주셨다.

중앙도서관은 ‘지역’에 집중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에의 관심과 이를 제대로 알기 위하여 지역자원을 발굴하고 보존하고 활용하고자 하였다. ‘사라져 가는 것을 기억하기 위하여’라는 방향으로 파주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분들을 발굴해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생길 파평이나 월롱 등 신축 도서관은 마을 중심의 활동 자료를 수집하고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알아가는 마을학교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마을 자료를 대중화하여 지역에 대한 주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파주시민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마을 아카이브 작업이다.

리뉴얼한 중앙도서관 1층 문화 공간
리뉴얼한 중앙도서관 1층 문화 공간

이러한 컨셉에서 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전시가 ‘휴먼 in PAJU’다. 지역의 인물을 발굴해 채록하고 전시하고 기록을 출간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공적기록에 포함되지 못했던 개인생활사를 기록하고 미시사를 통해 당시 파주의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지역의 역사를 지금의 세대가 잊지 않도록 연결하는 작업을 시행중이다. 내년에는 지금까지 발굴된 인물의 채록집을 출판할 예정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14개 도서관에서 균형적으로 이루어지고 각각이 도서관 행사를 한눈에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월간 도서관 소책자인 ‘PLAY(Play LibrAry come to You)’를 발행한다.

MGP : 교하는 ‘문화예술’에 중앙은 ‘지역’에 집중하는 컨셉으로 파주도서관은 잘 성장해왔다. 계획들이 궁금하다.

윤 관장 : 문산 거점 도서관 건립이다. 그러면 파주시에는 3개의 거점을 중심으로 각각의 지역에 맞는 도서관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중앙도서관은 마을 아카이브의 자료를 디지털화 하고 1층에 이어 2층의 공간 리뉴얼도 계획 중이다. 공부방은 파주시의 다른 도서관들이 공부방 없이도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당분간은 유지되어 운영할 예정이다.

‘직원이 도서관에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관장의 역할이라는 윤 관장은 몇 일전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도서관 대회’에서 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단련되는가? 라는 주제의 사례발표를 가장 보람된 기억이라며 남북협력시대를 대비한 사업도 살짝 공개했다.

문화와 언어적 장벽을 낮추는 이해의 장을 만들기 위한 소위원회를 조직했다고 한다. 파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지닌 윤 관장은 사서 뿐 아니라 파주 시민들이 긍지를 느끼는 지역의 자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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