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고양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시의원과 고양시장 사이에 감정 섞인 설전이 이어졌다. 국토부의 3기 신도시 지정과 뉴타운 문제 해결을 두고 시 집행부와 야당의원 사이에서 입장차이가 불거진 것인데, 야당 의원에 의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이 나오자 고양시장은 반말로 응수하기도 했다. 

박현경 시의원(주엽1·2, 한국당)은 8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시정질문을 통해 고양시에 입주가 시작됐거나 입주가 예정된 세대가 10만 세대에 이르고 일산은 1기 신도시중 미분양주택순위 1위에 분양가 회복도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국토부의 3기 신도시 조성부지로 고양시 일부 지역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고양시가 확실한 반대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토부가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추가 주택공급을 확정한 상황에서 일부 보도에 고양시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어 고양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문가들이 추측하는 JDS, 대곡, 향동·원흥·덕은지구 등 그 어디에라도 3기 신도시 조성계획이 발표되면 고양시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전체면적의 44.8%의 그린벨트를 보유한 고양시의 입장에서 국토부가 고양시 그린벨트를 해제해 지구지정 한다면 어떤 입장인가. 다른 도시들은 시장과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이 3기 신도시 지정 움직임에 이미 반대 의사를 확실히 표명하고 있는데 고양시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현경 의원은 최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뉴타운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안'이 의회에 발의되는 과정에서 시 집행부가 보여준 떠넘기기식 태도가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재준 시장은 고양시가 과밀억제권역,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의 3중 규제로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주택공급 확대는 지양하고 자족시설과 광역교통망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데 박현경 의원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도 구체적인 3기 신도시 반대 입장 표명에는 난색을 표했다.

이 시장은 “뉴타운 찬성과 신도시 반대 집회가 시청 앞에도 동시에 열렸다. 어떻게 공존 가능한지 의아스럽다. 한쪽에서는 집을 늘리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집을 짓지 말라고 한다. 이미 고양시에는 도시개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13만 가구 택지조합들이 활동을 하고 잇다. 무엇이 문제인가. 민선 7기 고양시는 난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책기조를 가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 "저는 단 한차례도 국토부로부터 고양시 그린밸트 해제와 관련 협의한 바가 없다. 그런데도 (3기 신도시 조성우려가)인터넷 카페에서 거론되고 언론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식으로 정치쟁점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면서, "박현경 의원이 고양시에 3기 신도시가 조성된다는 가설을 근거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시의원들을 상대로 충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진보적인 도시정책이 담긴 도서명을 열거하면서 "정치인들이 도시나 환경에 대한 필독서를 읽고 철학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도시는 돈으로 치환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평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타운 논란과 관련해서도 "뉴타운 지역을 10년동안 방치한 것에 대해 고양시가 사과하고 정책방향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갈등이 있더라도 정리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뉴타운 사업의 추진여부는 객관적인 사업성 평가서를 시가 만들고 주민들이 하도록 해야 한다. 50% 비례율도 나오지 않는 곳은 행정이 과감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질의에서는 이재준 시장이 의회에서 3기 신도시 지구지정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의견을 내놓지 않은 것을 두고 감정 섞인 설전이 이어졌다.

박현경 의원이 장항동 행복주택 조성 사례를 들며 "소통부재 상태에서 도시계획이 이루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에 (3기 신도시 관련)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 시장은 말을 끊고 "장항지구는 박 의원이 먼저 말한 것 아닌가"라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후 박 의원이 3기 신도시 조성 반대입장을 의회에서 확인해 달라고 거듭 요청하자, 이 시장은 이미 입장을 밝혔다면서 궁금하면 (자신의 인터뷰)언론보도를 찾아보라고 대응하기도 했다.  

갈등이 고조되자 박현경 의원은 "누구처럼 A4용지 들고 버벅이는 분은 아니지 않나"라고 답변을 독촉하기도 했는데, 이 시장은 "뭐하는 거야, 지금"이라며 반말로 응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빗댄 표현에 반발한 것으로 읽힌다. 이때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이 정회를 선언하면서 설전은 끝이 났다. 

시정질문에서의 갈등은 지역에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반대 주민들과의 연대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신도시 추가조성 지역으로 고양시가 꼽히면서 일부 신도시 입주민을 중심으로 지역 국회의원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이재준 시장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이날 설전과정에서 박현경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한 듯한 표현과 이재준 시장의 반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30만호 추가공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중 20만호를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공급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공급지역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기도 상당수 시군에서 반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고양시도 마찬가지다. 국토부가 고양시를 3기 신도시 조성부지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 등을 통해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일산 신도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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