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저자 최여정 작가와의 만남은 3년 전이다. 최 작가가 DMZ국제다큐영화제 사무국에 홍보마케팅 총괄 담당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다. 지역에서 다큐 영화 붐을 일으키자며 의기투합 한 지 3년이다. 다큐영화제 급속 성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며 팔색조의 매력과 재능을 지닌 그녀에게 매료됐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 책 냈어요’라며 특유의 총기어린 눈빛으로 책을 불쑥 내밀었다.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책에서 설명하는 퍼스트폴리오의 셰익스피어의 초상화(왼쪽)와 챈도스의 초상화
책에서 설명하는 퍼스트폴리오의 셰익스피어의 초상화(왼쪽)와 챈도스의 초상화. 출처=「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영어를 사용한 가장 위대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읽히고 연구되고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살 것이냐 죽울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6년 서거 450주년을 맞은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독백이지만 작품 속 주인공 햄릿 개인의 현안은 450년이 지난 지금도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로 치환된다. 이처럼 셰익스피어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부터 전 인류의 고민으로 작품 차원을 승화시키는 전지적 통찰력을 지녔다. 이러한 그의 필력은 반천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대 독자들까지 그의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불멸의 거장을 들먹인 책 내용이 궁금해졌다.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 표지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 표지

그리고 황급히 책장을 넘겼다. 10년동안 연극 등 공연, 문화기획자로서 활동한 삶에 마침표를 찍고 안식년이자 재충전의 시간으로 런던행을 결심했다는 최 작가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책은 작가가 평소 희곡과 연극에 지닌 관심이 런던의 공연장으로 향하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태어나 신접살림을 차린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에서 그가 런던에 도착해 작가로 성공하기까지 그리고 금의환향한 행적을 추적한다. 마치 450년 전 셰익스피어가 환생한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셰익스피어가 런던을 동분서주하며 작가로서 성공하기까지의 당시 사회상을 셰익스피어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기록해냈다.

책은 셰익스피어의 생가에서 시작해 런던에 이르는 여정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탄생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최 작가는 셰익스피어 희곡에 대한 생각과 연극 문화사 이야기를 엮으며 런던을 산책한다. 책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나도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셰익스피어가 되어 걸어보고 싶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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