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고양시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하기관장 연봉을 최대 10%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관장이 교체되는 새로운 계약부터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재준 시장 취임 이후 직간접적으로 산하기관장 교체 움직임이 이어진 것과 맞물리며 관심을 끌고 있다. 시는 현재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에게도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봉 삭감 방침도 장기적으로 검토된 것이라기 보다는 이재준 시장의 의지로 추진되는 상황. 

시는 연봉 삭감 근거로 타 지자체 대비 높게 설정된 고양시 산하기관장의 연봉을 지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고양파주>는 기관별 공시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지방재정365, 클린아이를 통해 임직원 급여수준을 파악해 봤다. 고양시 산하기관 기관장 연봉은 줄일 필요가 있을까.

확인 결과 업무추진비를 더하면 기관장 연봉은 1억원을 훌쩍 넘었다. 공시자료가 2016년 자료인 까닭에 올해 연봉은 업무추진비를 제외하고도 대부분 1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자료가 공개된 기관을 중심으로 기관장 연봉이 가장 많은 곳은 (주)킨텍스였다. 킨텍스는 기관장 급여액 전부를 기본급 형태로 책정하고 있고, 그 규모도 1억8,913만원에 달했다. 업무추진비를 더하면 2억원 수준이다. 이사와 감사 연봉도 1억4,257만원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

다만, 킨텍스는 고양시 출자·출연기관임에도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관리감독 권한도 경기도에 있고, 급여나 대표이사 임명 등이 주주총회를 거치는 구조여서 이번 기관장 연봉 삭감 대상에서는 비켜서 있다. 

그 다음으로 기관장 연봉이 높은 기관은 (재)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이다. 진흥원은 기관장 연봉으로 1억146만원을 책정하고 있다. 기본급 8,767만원에 복리후생비 406만원, 수당 972만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재)고양국제꽃박람회의 경우에는 진흥원과 달리 기본급이 낮고 수당과 성과급이 높은 형태다. 기본급 5,715만원에 복리후생비 138만원 수당 2,411만원 성과급 1,373만원을 더한 9,639만원이 연봉이다. 

고양시 주요 산하기관 임직원 연봉 현황. 자료는 지방재정365, 클린아이 2016년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함. 천원단위는 절삭. 고양도시관리공사 기관장 업무추진비의 경우 배정액이 아닌 사용액 기준임.
고양시 주요 산하기관 임직원 연봉 현황. 자료는 지방재정365, 클린아이 2016년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함. 천원단위는 절삭. 고양도시관리공사 기관장 업무추진비의 경우 배정액이 아닌 사용액 기준임. (주)킨텍스의 경우 고양시 출자기관이지만 운영형태상 기관장 급여가 고양시의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님.

고양도시관리공사는 기관장 연봉이 9,594만원으로 마찬가지로 1억원에 육박했다. 기본급 8,766만원에 복리후생비 780만원, 수당 48만원으로 책정됐다. 도시관리공사 공시정보가 공개된 클린아이에서는 최근인 2017년 공시정보도 확인할 수 있는데 도시관리공사는 지난해 1억818만원을 사장 연봉으로 책정 2016년 대비 10%이상 연봉이 상승했다. 인센티브 성과급 천만원 가량이 추가된 덕이다. 

문화재단도 연봉수준이 다른 기관과 비슷했다. 기관장 연봉으로 9,438만원이 책정됐다. 성과급이 없고 대부분 기본급으로 이뤄졌다. 

이들 기관장들은 연봉 이외에도 상당액의 업무추진비를 배정받고 있다. 킨텍스가 2,12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배정하고 있고, 다른 기관도 천만원 이상을 기관장 업무추진비로 배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양시 주장처럼 이들 기관장들의 연봉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은 수준일까. 클린아이가 공개한 지방공사와 공단 기관장 평균연봉은 2016년 기준 8,886만원, 2017년 기준으로는 9,380만원 수준이었다. 기관별 업무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고 재정규모도 다른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직접적으로 대입할 수 없지만, 고양시 기관장 연봉이 10%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시군으로 좁혀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도시공사를 기준(2016년 공시자료)으로 김포도시공사 9,753만원, 부천도시공사 1억7만원, 수원도시공사 8,727만원, 용인도시공사 1억158만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억 710만원 가량을 기관장 연봉으로 책정하고 있었다. 고양시 기관장이 특별히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재정규모와 상관없이 기관장 연봉이 천차만별이었는데, 이는 기관장 연봉책정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고양시의 기관장 연봉 삭감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표면상으로 산하기관 기관 혁신과 경영합리화가 거론되지만, 기관장 교체 압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차원으로 읽는 시각도 상당하다. 이재준 시장이 전임 시장이 임명한 기관장들을 교체하려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부 기관장들은 남은 임기를 들어 버티고 있는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기관 혁신안 제출이나 임금 삭감 카드가 이용되고 있다는 해석. 이재준 시장이 취임 후 단 한번도 구체적으로 산하기관 혁신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는 것도 임금 삭감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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