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2009년 시작된 DMZ국제다큐영화제가 10주년을 맞았다. 13일 ‘안녕, 미누’를 상영하며 7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초기 미미했던 관객의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영화제는 10년의 시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0주년을 맞으며 아시아 최대의 다큐영화제로 자리매김 했다. 항상 영화제의 ‘개막작’은 해당 연도 영화제의 주제를 함축한 필름으로 주목받아 왔다. 개막식 직전 만난 '안녕, 미누'의 지혜원 감독에게 작품 소개와 함께 선정 이유에 대한 생각을 다소 긴박하게 물었다.

지혜원 감독이 개막작 '안녕, 미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지혜원 감독이 개막작 '안녕, 미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지혜원 감독은 “<안녕, 미누>는 18년 동안 한국에서 일했지만 강제 추방당한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다. 특이한 점은 그가 네팔에서도 한국을 한결같이 그리워한다는 부분이다. 2~30대를 한국 이주노동자로 일하다가 40대에 네팔로 돌아간 미누. 그리고 그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몸은 네팔인이지만, 머리와 가슴은 한국인이었다는 생각에서였다”라고 말한다.

1988년 올림픽 직후, 노동력을 수입하던 한국.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이들을 불법 이주노동자로 정의하며 강제 추방하기 시작했다. 미누는 이주노동자의 애환을 대변하며 민중가수로 한국 가요를 노래하며, ‘같이 잘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미누의 이러한 모습에는 ‘평화, 생명, 소통’을 통한 ‘공존과 화합’이라는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Q_‘이주노동자’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평소 음악을 통해 치유와 성장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정책으로 공포 속 상황의 이주민들에게 커다란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서 이주민의 애환을 대변하며 음악활동을 하는 이주노동자의 소문을 들었다. 이후 미누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과 태도에 매료되었다. 첫인상은 ‘미련할 정도로 지독히 한국을 사랑을 하고 있구나’였다. 10여 살 정도 어리지만 동년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수한 한국말 입담에 정서적 공감대가 생겼고, 그의 공장생활의 고단함을 음악에 녹여내는 모습에 마음이 통했다.

Q_처음으로 제작한 다큐 ‘바나나쏭의 기적’이 올해 로스엔젤리스 아시안퍼시픽 영화제 편집상을 수상했고 장편 다큐 경쟁작에 노미네이트 됐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인 ‘안녕, 미누’는 10주년을 맞은 DMZ국제다큐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대단하다. 그런데 두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두 작품 모두 음악을 통해 힘든 상황에 대한 자각을 넘어 이를 사회적으로 공개하며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과정을 통해 자신도 성장한다는 점이다.

다큐 ‘용재오닐과 낙동초등학교 아이들’ 연출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전교생이 49명인 보령시의 작은 초등학교에 용재 오닐이 찾아갔다. 그리고 그가 가르쳐 준 노래 '도레미송‘, ’섬집아기‘를 낙동초교 아이들은 세계적인 비올리스트와 함께 공연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성장한다. 두 작품은 ‘용재오닐과 낙동초등학교 아이들’과 유사한 컨셉이다.

다큐'용재오닐과 낙동초등학교 아이들' 유튜브 영상 캡처 장면
다큐 '용재오닐과 낙동초등학교 아이들' 유튜브 영상 캡처 장면

‘바나나쏭의 기적’은 인도 빈민가 아이들의 합창 연습을 통해 온 가족이 치유되는 이야기다. 빈민가의 자존감 제로의 상황은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무대를 내려와서는 180도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긍지를 지닌 모습’이었다. ‘치유와 성장’의 기적이었다. 영화 '바나나 쏭의 기적' 홍보 영상

3월에 개봉한 다큐 '바나나쏭의 기적' 포스터
3월에 개봉한 다큐 '바나나쏭의 기적' 포스터

‘안녕, 미누’는 한국 대중가요의 ‘흥겨움’에 이주노동자의 ‘애환’을 희석시키며 사회를 향해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미누의 모습을 그렸다. 다큐 속 미누는 자각한다. ‘한국사회와 이주민 사회의 소통의 통로가 되자’라고 자신에게 속삭인다. 이후 한국에서 많은 조력자를 만났고 그는 성장한다. 네팔로 추방되어서는 사회적 기업가로 활동하며 본국의 힘든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역시 음악을 통한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다.

다큐 '안녕, 미누' 속의 미누
다큐 '안녕, 미누' 속의 미누(오른쪽)

Q_개막작 ‘안녕, 미누’를 두 배로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감상 팁을 공개한다면.

(웃음) 아마 낙동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푸근함을 전달했던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처럼, K-POP부터 민중 가요 모두를 섭렵한 미누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미누가 그렇게 부르고 싶어 했던 한국 가요를 배워 말하고 싶었던 심정을 담아 부른 노래들이다. 다만 귀만 기울이면 된다. 그러면 눈앞에 이주민의 사회가 보일 것이다. 미누가 전하는 음악으로 사랑 가득찬 9월 가을이 될 것이다.

Q_2014년부터 다큐를 제작해 5년 동안 국내 다큐영화 역사에 남을 작품을 탄생시켰다. 신작이 궁금해진다.

2014년부터 두 작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조금 지쳤다. 아마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우선 나를 재충전 시키면서 또 한편으로는 관객을 힐링시키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지혜원 감독은 서울대학교에서 독어 교육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두산슈퍼네트워크 PD(1994~1996), (주)제3비전 이사/책임PD(1997~2011)를 거쳐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바른미디어 대표 감독이다(2012~).

주요 작품은 <KBS> 한민족리포트, 인간극장, 수요기획, 다큐공감, TV명인전, 과학카페 <SBS> SBS 스페셜, SBS특집 다큐멘터리 다수 연출, TV조선 루트 사람사이, 당신이 잠든사이 외 프로듀싱 <아리랑TV> Arirang Prime ‘정전60주년 특집다큐’외 다수 연출을 담당했다.

주요 상영작은 ‘용재오닐과 낙동아이들’로 부천 판타스틱 놀라운 영화제에서 상영, ‘Amazing Cuisine’ 폴란드 쿠치나 필름페스티벌 초청 상영, ‘앵그리버드와 노래를’ 벨기에 브뤼셀 국제영화제 공식 개막작 상영, ‘바나나쏭의 기적’ 2018년 극장 개봉, 2018DMZ국제영화제 개막작 ‘안녕 미누’를 상영했다.

수상 경력은 방송위원회 우수프로그램상 <KBS 한민족리포트-로마의 피자아줌마>(2001), 우수프로그램상 <KBS 월드컵 특집 - 투르크전사들의 4강신화>(2002), YMCA 선정 우수프로그램상 <KBS 인간극장>(2002), KBS 우수프로그램상 <한민족리포트 - 뮌헨의 정금화>(2004), YWCA 좋은 TV프로그램상 <KBS 천상의 수업-용재오닐과 낙동아이들>(2010), 국제에미상 노미네이트, 2016ABU상 최우수상, 2016한국PD대상 작품상(2016), 팔레르모국제영화제 관객상, 2018LAAPFF 편집상, 2017아시아다큐어워즈 대상(2018)이다.

이밖에 2015, 2016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외 25개 국제영화제에 공식 게스트로 초청됐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