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고양시의회에 국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자투표시스템이 구축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공무원들만 시청하던 의정활동 일부도 인터넷 생중계가 검토된다. 의회는 내년 본예산 반영을 목표로 관련 예산을 수립하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 11일 33명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원총회를 열고 전자투표기 도입을 포함한 의회운영 관련한 안건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이날 의총에서는 전자투표기 도입 외에도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진행시 산회나 속개, 표결에 돌입할 때마다 의원들의 출석여부를 속기록에 기록하는 내용도 합의됐다. 지금까지는 회의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출석 의원들을 기록하고 있어, 회의 중간 개인일정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경우 별도로 기록하지는 않았었다. 

이중 예산을 수반하는 결정은 전자투표기 도입이다. 전자투표기는 시의원들 좌석에 버튼식 투표 리모컨을 설치하고 스크린으로 의원들의 투표결과를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국회 전자투표 방식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고양시의회 사무국에 따르면 경기도 31개시군 기초의회중 11개 의회가 이미 전자투표기를 도입했다. 약 30%가량이다. 이중 실제 활용하고 있는 기초의회는 8곳(수원, 성남, 용인 등)이다. 나머지 시군은 고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

전자투표기 설치가 확정되면 의회 회의규칙을 일부 손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립투표 방식이 전자투표 방식으로 변경된다. 당론에 따라 시민의사와 다른 투표결과가 나오기도 했던 무기명 비밀투표가 줄어드는 순기능도 예상된다.

소요 예산은 아직 도입계획을 세우는 단계여서 유동적이지만 의회 사무국은 4,000만원 수준의 설치비용에 유지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입방식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지만 의총에서 전체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도입에 찬성한 상황이어서 예산 수립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예산낭비라는 의견도 있다. 의회 정수가 33명 수준으로 기립투표 방식으로도 충분희 의원들의 표결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수천만원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의원들 편의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기립투표하는 경우가 많지 않는데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효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고양시의회는 다른 기초의회와 달리 본회의도 생중계가 아닌 녹화중계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공개시점도 회의 종료후 수주일이 걸리는 경우가 있어 직접 방청하지 않고서는 의정활동을 확인하기 어렵다. 의회 결정내용을 시민들이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의원에 직접 물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거나 속기록이 공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반면, 고양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본회의와 상임위가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고 있어 의정활동에서 시민들이 배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투표기 도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의총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전자투표기 도입과 함께 본회의장 진행과정을 생중계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은 12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전자투표기 설치는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본회의장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질문에는 “의회 회의 장면을 생중계하는 방법도 곧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상임위 생중계와 관련해서는 기술적 문제로 당장은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편, 상당수 기초의회들은 본회의장 생중계는 물론이고 안건심사가 이뤄지는 상임위원회 회의도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성남시의회가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를 모두 인터넷생중계 하고 있고, 제천시의회는 방송장비를 일일히 설치하기 힘든 상임위의 경우 페이스북 라이브 형태로 생중계해 하고 있다. 시민들의 알 권리 충족은 단순히 예산의 문제보다 의지문제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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