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사업추진을 요구하는 능곡, 원당지역 조합장과 조합원들 200여명이 11일 고양시청 정문에 몰려와 고양시의회가 심의중인 주거환경정비조례 철회를 요구했다.
뉴타운 사업추진을 요구하는 능곡, 원당지역 조합장과 조합원들 200여명이 11일 고양시청 정문에 몰려와 고양시의회가 심의중인 주거환경정비조례 철회를 요구했다.

[미디어고양파주] 고양시의회에 상정된 조례안 하나가 또 다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GTX-A노선 역사변경 논란과 갈등 구조가 비슷하다. 윤용석 의원(고양·관산·원신·홍도,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고양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주거환경정비조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양시는 뒷짐지고 의원 발의로 조례안이 상정된 것도 문제다.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장기간 사업추진이 지체되고 있는, 일명 뉴타운으로 불리는 정비구역들의 사업해제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 도시재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을 반영한 조례안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토지소유자 30퍼센트의 해제 요구가 있을 경우에만 주민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지자체가 직권해제를 결정하던 것을, 토지면적 30%이상 소유자에게도 직권해제 요구 권한을 주도록 변경했다. 원주민들 의견 반영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조합원의 기존 재산가치와 정비사업 후 재산가치의 비율인 추정비례율 80%미만인 경우에도 고양시장이 사업성 검토를 거쳐 정비사업 해제를 결정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마찬가지로 원주민들이 손해 보는 재개발은 안 된다는 뜻이다.

고양시에 따르면 현재 관내 뉴타운 3개 지구(원당, 능곡, 일산)에 20개 사업구역 중 9개 구역(원당3, 5, 6, 7, 상업구역 등 5개 구역, 능곡4, 7 등 2개 구역, 일산1, 3 등 2개 구역)이 해제된 상태다. 절반가량이 아직 사업추진과 해제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뉴타운 정비구역내에서도 해제를 요구하는 비대위측과 사업추진을 원하는 조합측이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장 별로 정비사업 추진 정도도 제각각 이어서 사업성 검토 대상도 명확치가 않다.

이미 상당액을 사업비용(매몰비용)으로 쓴 조합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직권해제될 경우 고양시민의 세금이 매몰비용 보조에 들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설득과 소통에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고양시는 조례 심사에 앞서 9월 5일 관련 입장표명도 했다. 뉴타운과 도시재생이 양립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조례안을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원회(건교위)는 6일 격론 끝에 심사를 미루고, 13일 재심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11일 처리방향을 재논의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해도 기존 정비구역의 다양한 갈등을 구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때문이다. 

소통 부족한 조례상정에 이미 고양시는 재개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소통 부족한 조례상정에 이미 고양시는 재개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갈등해결의 중심이 되어야 할 고양시가 뒷짐을 지고 의원발의 형태로 조례안이 상정된 것에 대한 지적이 만만치 않다. 고양시가 뉴타운 직권해제로 정책방향을 잡았다면 시 집행부가 발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고양시 전체 정비구역에 대한 이해가 높을 수 없는 의원발의가 부적절하다는 것.

실제로 윤 의원은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조례 개정에 따른 예산수반사항과 갈등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위법인 도정법과의 배치여부도 논란이 됐다.

덕양구를 지역구로 이재준 시장과 함께 정치활동을 이어온 윤 의원은 8대 의회 개원일에도 이재준 시장 인수위 구성을 위한 조례안을 갑자기 들고 나오면서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에도 한국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기본적인 예산내역도 명확치 않다며 조례 통과를 막았지만 민주당이 과반인 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하면서 조례가 통과됐다. 해당 조례는 이재준 시장 인수위에만 적용하는 한시조례여서 더욱 비판이 거셌다. 

주거환경정비조례 논의가 알려지자 사업추진을 원하는 조합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1일부터는 의회 회기 내내 고양시청 앞에서 집회가 예고됐다. 직권해제를 요구해 온 비대위측에서도 맞불 집회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준비 부족한 의원발의가 갈등만 키운 셈이다. 이미 지난주부터 고양시의원들의 전화에는 찬성과 반대로 나뉜 주민들의 문자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GTX-A노선 논란과 비교하는 이유다.

이러니 건교위 내에서도 고양시가 주민설득과 조례개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논란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현경 건교위원은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조례 개정의 의미를 모르는 의원들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는 것을 억지로 미룬 상황이다. 상위법인 도정법에 위배되는 사항은 없는지, 조례 개정 이후 정비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파악도 없어보였다. 이런 상태에서 조례를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구성된 고양시의회가 초선의원이 많고 민주당이 절대과반을 차지하는 구조여서 정리되지 않는 조례나 결의안이 마구잡이로 의회에 상정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모든 상임위가 민주당 과반이고, 운영위원회는 민주당으로만 이뤄져 있어 의회내 소통은 물론이고 시민소통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평가다. 형식적으로는 그 누구와 소통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취재과정에서도 수차례 윤 의원에게 조례 발의이유를 물었지만 전화와 문자에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고양시 관련부서인 도시재생과도 구체적인 현황제시를 하지 않았다. 이는 의원들에게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막무가내식 조례 상정이라는 평가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고양시의회가 갈등해소보다 시민들간 갈등만 불러온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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