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삼칠일(아이를 낳은 지 스무하루째의 날)인 3월 4일, 흰 눈이 속복소복 내려 쌓이던 새벽...모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가는데 21일 동안 꾸덕꾸덕 말라가던 탯줄이 잘 아물어 배꼽에서 깨끗하게 똑 떨어져 있었다. 그날 저녁 기다리던 첫 통 목욕을 시켰는데 역시 예상대로 보라는 울지 않고 따뜻한 물속에서 너무나도 편안하게 목욕을 즐겨주었다.삼칠일이 지나면서 서서히 모유수유에 서로 적응이 되었는지 그렇게도 찾아 헤매며 칭얼거리던 보라는 엄마의 젖을 바로 찾아 빨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자나면서 보라의 입도 조금은 커졌
[미디어고양파주] 젖몸살 마사지를 받고 첫 외출은 최윤희 소아과였다.우리는 총 출동해 보라의 키, 몸무게, 머리둘레 등을 측정하고 최윤희 선생님께 진찰을 받았다. 보라는 큰 문제가 없으나 또래들보다 작기 때문에 열심히 먹고 한 달 후에는 좀 더 자란 모습으로 보기로 했다. 예약을 하고 짧은 외출동안 보라가 보채지 않아서 무사히 집이 돌아올 수 있었다.집에 온 후 딸은 보라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젖을 물려보고 보라도 계속 어색한 엄마의 젖꼭지를 빨기 위해 애를 써 보지만 조그마한 입에서 계속 빠져나와 힘들어 했다. 딸은 또 그런 보
[미디어고양파주] 2월 12일 밤, 나와 딸 그리고 손녀 3대 여인 셋의 첫날밤 우리는 함께 잠들었다.보라가 칭얼거려서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분유를 물려주니 이번에는 약 35ml를 먹었다. 트림을 시키고 나니 보라는 새까만 태변을 누었고 기저귀를 갈아주니 편안한 듯 금세 스르륵 잠에 들었다. 보라를 재우고 큰일을 치룬 우리도 얼른 자야한다면서 잠을 청했다.다음날 아침 8시 40분에 조셉 정 선생님이 방문해 딸의 몸 상태를 체크해 주셨다. 그 후에 딸은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면서 제대로 돌지도 않은 젖을 매번 물려가며 조금씩 감각을
[미디어고양파주] 2월 12일 아침 6시 40분 보라를 받아주기 위해 눈길을 달려 일찍 병실을 찾아주신 조셉 정 선생님이 순산을 위한 푸시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하며, 1시간 안에 성공해 보자고 말씀하셨다.이제 시작이다.사위는 딸의 손을 잡아주고 간호사 선생님과 나는 각각 다리를 밀어주면서 원-투-쓰리-포-에잇-나인-텐 1세트를 3번씩 구령에 맞춰 차근차근 호흡을 맞춰가며 보라와 딸은 만남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1시간 후 조셉 정 선생님이 다시 들어오셨다. 이제 마지막 푸시를 해보자고 하시며 침대의 반을 빼내니 갑자기 분만 침
[미디어고양파주] 딸과 즐거운 생일을 잘 보냈다. 집에 와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2시에 딸이 깨워 눈을 떠보니 이슬이 비췄다면서 살살 배가 아프다고 했다. 예정일보다 일주일가량 빠르지만 보라가 세상에 나오려고 한다. 진통이 새벽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3번째까지 진행되어 딸이 다니던 조셉정 산부인과를 찾아 선생님을 만나 뵙고 내진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약 3cm가 열렸다면서 언제 태어날지 모르니 상황을 잘 체크하고 진통 간격이 짧아지면 출산병원인 Hackensack에서 보자고 했다. 이곳은 개인 산부인과에서 출산 전 매달 검사를 하다가 출산은 담당선생님이 소속되어 있는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일단 집으로 가서 진통 간격이 짧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부산국밥집에 들려서 순대국을 포장해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저녁식사를 한 후에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시차적응 중인 나와 일하고 돌아온 사위는 피곤함에 깜빡 잠이 들었다.
[미디어고양파주] 2019년 2월 10일은 딸의 27번째 생일이다.어린나이에 이곳으로 와서 공부를 하던 딸은 그동안 홀로 14번의 생일을 보냈다. 어린 딸을 미국에 보내놓고 딸의 생일 때 마다 마음이 아팠다. 돌봐주시던 큰시누이가 잘 챙겨주지만 엄마인 나는 이때만 되면 가슴속에 항상 찬바람이 불었다.아이가 미국에 간 후에 일을 시작해서 휴가를 내기도 힘들었고 딸도 2월은 방학기간도 아니어서 얼굴 한번보기 힘든 시기였다. 항상 내년엔 꼭 봐야지 하면서도 시간이 흘러갔다. 매년 2월 10일 딸의 생일은 딸과 환하게 축하의 통화를 하고
[미디어고양파주] 2019년 2월 8일 오후 7시 30분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의 창밖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1992년 2월 나는 딸을 낳았다. 세월이 흘러 2019년 2월 내 딸이 딸을 낳을 예정이다. 나는 나의 첫 손녀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은 첫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고 난 첫 손주를 보는 할머니가 된다.내가 할머니라니...아줌마라는 호칭에 익숙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할머니라니 낯설기만 하다. 집에서 남편은 나를 내가 손녀에게 지어준 태명인 보라 할매라고 부른다. 우리는 서로 보라할배, 보라할매라